서울둘레길 5코스(관악산-호암산 둘레길) - 2022년 6월 11일(토)

사당역에서 출발하여 석수역까지 이어지는 13km 거리의 서울둘레길 5코스를 걸어보기로 한다. 4주째로 접어드는 호텔 생활로 인해 일상의 리듬이 깨진 요즘엔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오후에 소나기 예보도 있어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암벽등반은 오늘 쉬기로 했다. 그 대안으로 오랜만에 용산의 호텔에서 가까운 관악산의 숲길을 편한 마음으로 걷고 싶었던 것이다. 관악산에서 삼성산과 호암산 둘레길이 차례로 연결된 서울둘레길 5코스의 완만한 숲길을 여섯 시간 가까이 쉬엄쉬엄 걸었다. 벌써 한여름처럼 무더운 날씨였으나 울창한 녹음이 짙어져 그늘진 숲길은 생각보다 시원하고 상쾌했다.

 

걷는 동안 코로나 걱정일랑 전혀 없었던 2019년 2월에 서울둘레길 4코스를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오늘의 출발지인 사당역에 도착하는 18km의 산길을 하루종일 걸었던 기억과 같은 해 봄에 허선생님과 함께 관악산과 삼성산의 산길을 봄비 맞으며 걸었던 추억이 새삼 떠올랐다. 허선생님과 함께 걸었을 때는 오늘 걸었던 서울둘레길 코스를 따르다가 삼성산의 칼바위 능선 갈림길에서 삼성산 정상에 오른 후 삼막사를 거쳐서 서울대 입구로 하산했었다. 오늘은 서울둘레길 5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정표를 따라서 정코스로 걸었다. 시흥대로 위의 호암산 자락을 지날 땐 대학입학원서를 들고 서울에 처음 와서 시흥동 외삼촌댁의 단칸 셋방에서 며칠 동안 신세졌던 아련한 기억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궁핍했던 그때 이후로 37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 번듯하게 잘 가꿔진 숲길을 걸으니 이래저래 옛생각을 많이 하게 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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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속의 관악산과 삼성산 - 2019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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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역-대모산-구룡산-우면산-사당역 (2019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