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도봉산(우이능선-오봉-송추폭포) - 2022년 6월 25일(토)

빌레이 2022. 6. 25. 21:33

아파트 리모델링 기간 동안 갑자기 악성림프종이라는 암 진단을 받으신 장인어른을 다시 입주한 직후부터 우리집에 모시기로 했다. 치료 받을 병원도 가깝고 자식들 집 중에서는 당신께서 가장 맘 편히 투병 생활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나마 새롭게 단장한 집에 모실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 싶지만, 연로하신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아내의 고충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마음이 무거운 한 주간이었다. 입주 후의 집안 정리도 끝날 줄 모르는 일이어서 이제 겨우 서재의 책 정리를 일단락 지었을 뿐이다. 이래저래 심신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 나에게 남는 건 목과 허리의 통증이었다.

    

어제 오늘은 장마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장마철 특유의 습도 높고 불쾌지수 높은 날씨다. 목디스크로 인한 통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서 진통소염제를 복용한 후 아주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서기로 한다. 지난 주 일요일엔 북한산 칼바위 능선에서 산성주릉을 지나 영봉을 거쳐 우이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걸었었다. 이번엔 그 산행코스를 계속 이어가 보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도봉산을 향해 오른다. 우이능선에서 도봉주릉에 올라서는 등로는 언제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한창 도보산행과 릿지등반을 즐기던 시절에 가장 많이 올랐던 산길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우이능선의 아지트인 전망 좋은 테라스는 더없이 훌륭한 산중카페였고, 릿지등반의 연습 장소였던 매바위 중턱엔 주황빛 나리꽃 무리가 소담스레 피어 있었다.

 

한적한 코스를 걷고 싶어 산객들이 많은 도봉주릉에서 벗어나 오봉샘을 거쳐 오랜만에 오봉을 구경하고, 도봉주릉으로 가는 길 중간에 아무도 없는 봉우리에 올라가서 여유로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비가 많이 내린 직후라서 유량이 풍부한 송추폭포를 보기 위해 송추유원지 방향으로 하산했다. 예상대로 송추폭포 부근의 계곡은 작년 여름에 걸었던 설악산의 십이선녀탕계곡이 떠오를 정도로 물소리가 웅장했다. 산행의 날머리인 송추유원지는 한여름처럼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인파가 많았다. 근처 식당에서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곁들인 인삼튀김은 대둔산 등반 후에 먹었던 것 못지 않게 맛있었다. 헤세의 정원이라는 곳에서는 아름다운 여름꽃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장인어른의 병세가 호전되어 외출이 가능해지면, 헤세의 정원에 한 번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