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강촌 유선대 암장 - 2025년 11월 1일(토)

빌레이 2025. 11. 3. 10:51

중국 칭다오 등반여행을 다녀온 후로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모두 힘겨웠다. 그동안 나의 등반 리듬도 흐트러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균형감인데, 어딘지 모르게 삶의 밸런스를 잃은 듯한 최근의 내 모습이 조금은 한심스러웠다. 때마침 오늘은 11월의 첫날이니 만큼 더이상의 나태함은 던져버리고, 이제는 다시 새롭게 내 삶의 생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다. 몸건강을 위해서는 열정과 의욕이 감퇴하여 뒤죽박죽된 클라이밍 루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반짝이는 햇살을 듬뿍 받으며 등반한다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았다.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오롯히 등반에 집중할 수 있는 강촌의 유선대 암장을 찾은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루종일 우리팀 외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던 고요한 암장이 정말 안온했다. 찬란한 가을 햇살은 아낌없이 쏟아져 암벽을 따스하게 비춰 주었고, 등반 중에도 소음이 거의 없어서 주변 숲에서 도토리와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중앙벽의 세 개 루트에 열심히 매달려서 그간 굼뜨고 무거워진 몸을 풀었다. 점심 후에는 '통천문' 루트 두 피치를 통해 정상에 올랐다. 유선대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강과 삼악산 풍경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눈 앞으로 펼쳐진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햇빛바라기도 하면서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하강 후에는 '그리움' 루트 한 피치를 더 등반한 후에 오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평안함과 충만감이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