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쁘띠발콩슈드 따라서 플로리아 산장까지 걷기

빌레이 2016. 7. 30. 21:42

제네바 공항을 통해 늦은 오후에 도착한 샤모니에서의 첫 일정을 가벼운 산보로 시작한다. 썸머타임이 적용된 탓인지 오후 5시가 되어도 해는 중천이다. 가이앙 호수 옆에 자리한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몽블랑 산군은 더없이 맑은 하늘 아래에서 티없이 빛나고 있다. 가이앙 호수에서 샤모니 시내로 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뮤슈 마을 방향으로 올라간다. 샤모니 시내의 해발 고도는 1035 미터이다. 뮤슈 마을엔 1087 미터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얼마 올리오지 않았는데도 전망은 더욱 시원해진다. 브레방 케이블카역 위에 있는 러스킨 바위에 들러 잠시 쉬어간다. 내가 흠모하는 영국의 사상가인 존 러스킨을 생각하면서 전나무 사이로 몽블랑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아내와 둘이서 간식을 먹는다.


시내에 들러 슈퍼마켓에서 간단히 먹을거리를 사서 호텔로 돌아가겠다는 애초의 생각을 바꿔서 해가 있을 때까지 산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쁘띠발콩슈드를 따라서 플로리아 산장까지 가는 루트를 생각하고 천천히 걷는다. 플로리아 산장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에서부터 시작된 오르막 길에서 아내는 힘겨워 한다. 어둡기 전에 산장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좀 서두른 탓에 아내의 발목에 무리가 간 듯하다. 아직 주위가 환한 시간에 산장에 도착했으나 이미 영업은 종료되고 주인장은 보이지 않는다. 꽃으로 둘러싸인 산장에 설치된 음수대에서 목을 축인다.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줄기 답게 시원하고 맛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산장에서 아내와 둘이서 편하게 마음 놓고 기념사진도 찍고 주변 경치를 구경한다. 낮에는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맞은편 침봉인 드류가 너무 밝게 빛나는데 석양의 부드러워진 사광이 사진 촬영에는 더없이 좋다. 산속에서 어둠을 맞이하고 싶지 않은 까닭에 하산을 서두른다. 샤모니 시내까지는 30 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 문닫기 직전의 수퍼마켓이 있어서 과일과 생수를 비롯한 음식을 사서 호텔로 돌아온다. 오후 4시 정도에 도착해서 자칫하면 하루를 허송할 수 있었던 샤모니 입성 첫날부터 제법 알찬 트레킹을 즐긴 셈이 되었다. 네 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지리나 주변 생활 환경이 익숙해서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샤모니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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