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벽등반에 입문할 당시 몇 차례 다녀왔던 매월대폭포가 있는 산이 철원의 복계산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폭포에서 빙벽등반을 배우고 익혔던 기억이 아스라하다. 그 이후로 복계산을 한 번 오르고 싶은 생각은 있었으나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 이번 주말 산행으로 올해 암벽등반을 함께 즐겼던 지인들이 뭉쳐서 예봉산과 운길산 능선을 걷는 송년산행을 계획했었으나 성원이 되지 않아 취소하였다. 순도 높은 산소를 마시며 단촐하게 산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이른 아침 포천의 명성산을 향해 차를 달린다.
경기도 북부 지역도 이제는 간선도로가 잘 정비되어 교통이 편리해졌다. 동부간선도로에서 동두천으로 가는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가 43번 국도로 빠져나온다. 이 길을 계속 달려도 되지만 좀 더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싶은 마음에 내촌 방향으로 빠져서 47번 국도를 따라 운악산 근처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철원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자 별안간 복계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명성산은 자주 가던 익숙한 곳이라서 쉽게 포기하고 별다른 주저함 없이 목적지를 복계산으로 바꿀 수 있었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설레임은 소중한 감정이다. 익숙한 곳을 다시 찾는 편안한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이다.
복계산 등산로 입구는 주차장이 잘 정비되어 있다. 주차장에서 곧바로 좌측의 선암바위가 보이는 쪽으로 진입하면 서울태백산악회가 개척했다는 덕구암장과 매월대암장으로 갈 수 있다. 이곳 암장도 언젠가 한번은 등반하러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별빛산장을 지나서 계곡길을 오른다. 익숙한 매월대폭포가 눈앞에 나타난다. 한겨울에 얼었던 빙폭만 보던 곳인데 물이 힘차게 떨어지는 모습을 대하니 생동감이 전해진다. 주변의 절벽미가 어우러진 절경이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폭포를 뒤로하고 한동안 된비알을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끝나고 편안한 능선길이 시작되는 곳에 노송이 어우러진 쉼터가 나온다. 양지바른 바위턱에 걸터 앉아 간식을 먹으며 한참을 쉬어간다.
찬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능선길을 햇빛 받으며 오르고 있으니 봄날의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유순한 흙길이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로를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삼각봉을 지나서 도착한 정상에는 해발 1057.2 미터를 알리는 정상석이 제법 근사하게 서있다. 대성산에서 수피령을 지나 복주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장쾌한 산줄기가 한눈에 조망된다. 복계산 등산만을 계획했었다면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 삼거리 지점에서 계곡길로 하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한북정맥길을 걷다가 원점으로 회귀 할 수 있는 코스가 있어서 그 길을 따르기로 한다. 이 코스를 알려주는 이정표는 등산로 초입에는 없었다. 등산코스 중간에 1지점부터 5지점까지를 표시하여 갈림길을 알기 쉽게 표현해 놓은 이 표지판에 의지해서 하산길을 잡기로 한다.
복계산 정상을 지나서 곧바로 나타나는 헬기장에서 촛대봉으로 향하는 우측으로 하산한다. 이 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피령에서 올라오는 한북정맥길과 합류한다. 한북정맥길의 첫 구간에 속하는 이 산길을 예전부터 꼭 한번은 걷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그 뜻을 이룬 셈이다. 몇 개의 봉우리가 연속되는 한북정맥길을 따라서 걷다가 양지바른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고 표지판 상의 4지점에서 정맥길에서 벗어나 하산길로 접어든다. 복주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은 언젠가 걸어야 할 길로 남겨두기로 한다. 칼바위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또렷한 편이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이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서 한참 내려오면 우측의 계곡으로 급하게 내려가는 표지판 상의 5지점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원시림 속이다. 다래나 칡 넝쿨 등속이 얽혀있는 이 구간을 여름철에 통과하게 된다면 밀림 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물소리가 우렁찬 계곡으로 내려서니 종착점이 멀지 않고 확실한 산길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저절로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등산로 초입까지도 짧지 않은 거리이다.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는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하산하는 이 구간은 지친 나그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짧은 겨울해가 떨어지기 전에 무사히 하산을 마치고 주차장에 도착하여 복계산을 올려다 보면서 오늘 걸었던 산길을 회상해본다. 7시간 남짓 복계산과 한북정맥길을 걸으면서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셔서 청정한 자연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었던 보람찬 하루였다.
1. 등산로 초입에서 좌측으로 올려다보이는 매월대. 서울태백산악회가 개척한 암장이 있다고 한다.
2. 매월대폭포 전경.
3. 매월대폭포 위의 된비알을 올라서면 나타나는 쉼터.
4. 노송쉼터로 표시된 곳에서 복계산 정상이 또렷히 보인다.
5. 이정표가 통일되어 있지는 않지만 비교적 잘 되어 있다.
6. 철원소방서에서 설치한 듯한 표지판에 나와 있는 코스를 따르기로 한다.
7. 봄철엔 등산로 주변에 철쭉꽃이 만발할 것이다.
8. 정상으로 향하는 등로는 걷기 좋은 흙길의 연속이다.
9. 활엽수림이 우거진 여름철이면 시원한 등산로가 될 것이다.
10. 정상을 얼마 남기지 않은 곳에 삼거리가 있다. 원골계곡길과 능선길로 올라오는 코스가 만나는 곳이다.
11. 암반 위에 정상석이 보인다.
11. 복계산 정상에 있는 표지판.
12. 복계산 정상석. 하얗게 반짝이는 정상석이 멀리서도 잘 보였다.
13. 촛대봉과 한북정맥길이 이어지는 능선길이 보인다.
14.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이 능선길로 하산했다.
15. 처음 올라본 복계산 정상에서 인증샷을 남겨본다.
16. 복계산 건너편으로 민통선 너머의 대성산이 또렷히 보인다.
17. 복계산 정상을 넘어서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환종주 코스의 3지점.
18. 수피령에서 올라오는 한북정맥길과 만난다.
19. 한북정맥길을 걷다가 환종주 코스 4지점에서 갈라진다.
20. 환종주 코스 5지점에서 급경사 원시림 지대를 내려가면 계곡을 만나게 된다.
21. 칼바위봉 근처인 5지점에서 쉬면서 올려다본 하늘빛이 푸르다.
22. 물소리 우렁찬 계곡에 내려오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23. 계곡 주변엔 민들레 홀씨 같이 이색적인 열매가 달려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24. 계곡을 벗어나는 막바지에 있는 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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