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대구 앞산 - 2016년 1월 14일

빌레이 2016. 1. 17. 11:32

올해 첫 산행을 알프스 등반가인 허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둘이서 오붓하게 대구 앞산을 오르면서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허 선생님 부부를 만나기 위해 해마다 한 두 차례 다녀오는 대구 나들이가 이제는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즐거운 탈출구 노릇을 하고 있다. 명색이 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산행도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던 연말연시에 보고싶던 사람을 만나고 함께 산길을 거닐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새벽에 집을 나서서 KTX를 타고 내려가 대구에서 9시 반 즈음에 허 선생님과 만났다. 커피숍에서 반가운 마음을 달랜 후 앞산으로 이동하여 산에 들었다. 안일사 밑에 있는 해골바위 암장을 둘러보는 시간이 유난히 즐거웠다. 허 선생님의 책 <해골바위>의 주무대를 꼭 한 번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해골바위를 찾았다는 허 선생님도 남다른 감회에 젖는 듯 보였다. 이름과 달리 제법 웅장한 풍채를 자랑하는 앞산은 충분히 크고 좋은 산이었다. 정상 능선에서 비슬산까지 이어지는 마루금도 꼭 한 번은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앞산을 내려와서 대구 시내를 가로지르는 신천변을 따라 걷다가 김광석길을 구경했다. 벌써 저 세상으로 떠난지 20년이 되었건만 김광석의 노래는 여전히 큰 울림으로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저녁에는 퇴근하신 장선생님도 합류하여 건강식으로 차려진 저녁밥상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커피를 대접받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정직하고 올곧은 산악인으로서 우리나라에 알프스 구석구석을 알리기 위한 저술 활동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는 허 선생님 부부의 모습에서 훈훈함을 느끼고 돌아온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