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양평 청계산 눈꽃 산행 - 2015년 11월 28일

빌레이 2015. 11. 28. 19:36

몸과 마음 모두가 분주해지는 11월이다. 계절도 분주히 겨울로 치닫고 있다. 교외의 맑은 공기 마시면서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고 싶어진다. 숲길이 좋은 양평의 청계산으로 향한다. 국수역에 주차하고 이른 아침의 상쾌한 기운을 받으며 산길로 접어든다. 부드러운 오솔길이 이어지는 청계산의 등로는 걷는 이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감싸준다. 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 군락지 사이의 조용한 산길을 걷는 기분이 정말 좋다. 간간히 싸락눈이 날리지만 별다른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천천히 쉬지 않고 꾸준히 걸어서 형제봉까지 오른다. 드넓은 데크 주변은 온통 설경 속이다.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폐부 깊숙히 신선한 공기를 빨아들인다.

 

청계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아이젠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겨울산행 채비를 한다. 형제봉을 뒤로하고 유순한 산길을 여유있게 걸어서 청계산 정상에 도착한다. 예상과는 달리 감로주를 파는 산장의 아저씨는 오늘도 나오셨다. 여름이라면 시원한 감로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련만 차가운 날씨 탓에 내 보온병 속의 따뜻한 허브차 한잔이 더 값지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강기맥길을 통해 하산하는 길 주변의 설경에 자꾸만 길을 멈추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된다. 수북히 쌓인 눈더미를 머리에 이고 있는 소나무의 모습은 버거워 보인다. 하지만 나뭇잎들을 모두 떨구어낸 활엽수 나목 위에 쌓인 눈은 새로운 생명처럼 느껴진다. 마치 따뜻한 남국의 바다 속에 있던 산호초 군락이 솟아오른 듯하다. 사시장철 푸르른 상록수의 의연함도 좋지만 계절에 맞게 순응하는 활엽수의 지혜가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설경이다.   

 

설경이 최고조였던 청계산 정상의 된비알을 내려서서 농다치고개로 이어지는 한강기맥길에서 벗어나 청계2리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고압선 철탑을 지나서 내려오는 낙엽쌓인 산길은 푹신해서 하산길의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길은 또렷하지만 사람의 흔적은 거의 없고 멧돼지가 도토리를 찾기 위해 낙엽과 땅바닥을 파헤쳐 놓은 어지러운 흔적들이 간간히 이어진다. 마을로 내려서서 국수역까지는 제법 먼 길이다.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농가와 전원주택이 간간히 보이는 마을길을 산책하듯 걷는 것도 싫지 않다. 뙤약볕 아래의 더운 여름날이라면 걸어볼 엄두도 나지 않을 길이다. 11월의 마지막 토요산행을 편안한 마음으로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