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한국 국가대표 야구팀이 <프리미어12> 경기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강적인 미국을 8:0으로 셧아웃시킨 시원한 경기였다. 준결승전에서는 숙적 일본을 그들의 안방이라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4:3으로 물리쳤다. 이 준결승전 승부가 백미였다. 8회까지 3:0으로 끌려가다가 9회초 공격에서 단숨에 4점을 얻어 역전시킨 짜릿한 경기였기에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열세였던 우리 대표팀이 "팀코리아"라는 단결된 모습으로 엮어낸 우승 신화이기에 더욱 그 의미가 높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테러와 답답한 국내 정치 뉴스 속에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기쁨을 안겨준 야구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주일날 오후에 낙엽 쌓인 수락산 오솔길을 걷는 발걸음 속에도 야구 우승의 기쁨이 담긴 느낌이다.
당고개역에서 버스를 타고 덕릉고개를 넘으면 곧바로 남양주시의 한적함을 대할 수 있다. 청학리의 마당바위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는 구간은 잠시나마 정겨운 시골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내원암장의 드넓은 슬랩이 병풍처럼 보이는 바윗턱에 앉아 슈퍼에서 사온 빵과 함께 마시는 커피 맛이 일품이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올라온 바위의 돌출부위가 이색적인 곳이어서 평소에도 자주 쉼터로 이용하던 곳이다. '누리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된 등산로 때문인지 평소보다는 많은 산객들이 보인다. 정상을 향해 가는 중간의 테라스에서 다시 한 번 쉬어간다. 내원암 일대의 계곡과 수락산 주릉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일품인 곳이다.
기차바위 아래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가다가 보이는 전망바위도 처음으로 올라본다. 기차바위는 동아줄을 잡고 엉금엉금 내려오는 사람들로 정체 현상을 빚고있는 모습이다. 걷기 좋은 오솔길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서 도정봉 아래의 데크에 도착한다. 도봉산의 잘 생긴 봉우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 아래의 마들평야는 추수를 끝낸 들녘의 한가로운 모습을 잃어버렸다. 드넓은 도로 위를 자동차들이 쉴새 없이 달리고 있다. 발아래로 보이는 수락산의 바위 비탈에서는 클라이머들이 슬랩등반을 즐기고 있다. 쌀쌀해진 날씨에 위축되어 실내암장에서의 클라이밍에 만족하고 있는 내모습이 너무 나약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흐린 날씨에 가을의 쓸쓸함을 간직하기에 안성맞춤인 오솔길을 걸어서 회룡역으로 내려간다. 중랑천 둔치의 갈대숲과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활기찬 모습 속에서 다시금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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