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하기 정말 좋은 가을철 한가운데에 있는 개천절 날이다. 새벽 6시가 안 된 시각에 집을 나선다. 서울을 출발한 나의 애마는 한 시간 남짓 걸려서 운악산 현등사 입구에 도착한다. 곧바로 산행에 나선다. 흐린 날씨에 제법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현등사 진입로에서 좌측의 계곡을 건너는 코스를 택한다. 처음 가보는 등산로는 운악산 답지 않게 육산의 오솔길이어서 걷는 맛이 남다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길은 백호능선으로 알려져 있고, 반대편의 눈썹바위부터 미륵바위를 거쳐 만경대로 이어지는 능선을 청룡능선이라 부른다고 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주능선부터는 보온 자켓을 걸쳐야 할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코끼리 바위와 현등사로 내려가는 길목 이후부터는 익숙한 길이다.
오후 2시부터는 포천의 인공암벽장에서 놀기로 약속이 돼 있다. 긴 휴식 없이 산행길을 계속하지만 별로 피곤하지는 않다. 정상을 지나서 만경대와 미륵바위로 이어지는 구간의 절경은 언제봐도 일품이지만 단풍이 어우러진 가을 풍경이 으뜸인 듯하다. 병풍바위 전망대에서의 시원한 조망을 뒤로하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부드러운 백호의 등허리를 타고 넘어서 변화무쌍한 청룡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 다섯 시간 남짓의 운악산 산행이 구름 속의 산책처럼 행복했다. 산밑의 음식점에서 순두부 백반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동료들과 클라이밍을 즐겼다. 천보산 휴양림 인근에 있는 지인의 아지트에서 함께 한 뒷풀이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루를 길고도 알차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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