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타난 반가운 날씨다. 비 개인 신선한 주일 아침에 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아침 일찍 1부 예배를 마치고 10시경에 집을 나서서 북한산둘레길에 들어선다. 단체로 줄지어 걷는 산행객들 틈에 끼어 우이동 방향으로 향하다가 좀 더 호젓한 칼바위 능선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수유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적한 테라스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려본다. 둘레길이 정비되기 전에 가끔 나만의 쉼터로 삼았던 테라스를 오랜만에 찾은 감회가 남다르다. 몸과 마음이 고달팠을 재수생활을 청산하고 자신이 원했던 대학에 합격한 딸아이의 기쁜 소식이 아비인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복잡다단한 인간사가 얽혀있을 시가지를 바라보며 앞으로도 욕심 덜 부리고 순수하게 살고자 하는 다짐과 함께 감사한 마음에 젖는다.
화계사에서 올라와 냉골약수터를 지나는 등로를 따라서 칼바위 능선 위로 올라선다. 평소와는 다르게 칼바위를 우회하는 길을 따라 산성주릉의 보국문에 이른다. 대성문 가는 길 중간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산객들로 붐비는 대남문을 지나쳐서 공사중인 성벽길을 따라 문수봉을 오른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로 인수봉이 선명하게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비봉능선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문수봉에서의 조망도 오랜만이다. 의상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성길을 따라서 계속 걷다가 부왕동암문에서 행궁지가 있는 계곡 방향으로 하산한다.
부황사로 내려가는 낙엽 쌓인 부드러운 산길이 만추의 서정을 물씬 풍기고 있다. 근 3일 동안 계속 내린 가을비 탓에 계곡의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다. 조금 따끔거리는 발바닥을 식혀주기 위해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에 탁족을 한다. 작은 골짜기의 물이 모여드는 산성계곡의 물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웅장하다.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줄기가 가을 가뭄을 시원스레 해결해줄 것이다. 산성탐방안내소를 지나는 것으로 산에서 벗어난 시간은 어느새 해질녘이다. 발길 닿는 대로 산길을 걷고 7시간 정도를 북한산 품속에 안겨 만추의 짙은 서정을 여유롭게 즐긴 것이 감사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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