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대로 도봉산 숲길을 여유롭게 누비고 다니면서 단풍을 즐겼던 산행이었다. 오전 11시경에 우이동을 출발하여 원통사 삼거리를 지나서 우이능선 테라스에 앉아 한 잔의 커피와 함께 따스한 가을 햇볕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햇빛 샤워 같은 짧은 휴식을 뒤로 하고 매바위를 우회하는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우이암 뒷편으로 돌아가는 길이라서 비교적 한산하지만 평소보다는 많은 산객들이 보인다. 한낮의 햇빛을 받아 반투명으로 빛나는 단풍이 그 어느 때보다 곱다. 하루 전 잠시 동안 내린 비 때문에 먼지 가라앉은 산길이 걷기에 그만이다. 가을날 단풍철의 일요일 도봉산은 만원이다. 인파에 섞여서 도봉주릉을 걷다가 오봉 가는 길로 접어든다. 오봉샘 주변에도 단체 산행객들의 왁자지껄함이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오봉과 북한산의 상장능선이 한눈에 보이는 테라스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한적한 산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산객들로 붐비는 오봉 정상은 오르지 않고 다시 자운봉 방향으로 걷다가 송추폭포 이정표를 따라 내려간다. 능선길을 자주 오르던 습관 탓에 거의 찾지 않았던 골짜기 길을 걷는 맛이 새롭다. 계곡 주변의 단풍이 곱고 등산로도 걷기 좋은 오솔길이어서 트레킹 하는 즐거움이 느껴진다. 가뭄으로 거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송추폭포를 지나서 삼거리를 만난다. 송추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에서 벗어나 사패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택한다. 다시 오르막길을 가야하지만 이 또한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그런지 힘들게 생각되지 않는다.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올라가니 어느새 사패능선이다. 이곳 사거리에서 회룡역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른다. 이 길도 계곡을 따라가는 골짜기길이어서 처음 걷는 루트이다. 오솔길 끝에는 정갈하게 잘 꾸며진 회룡사가 아늑한 자리에 들어앉아 있다. 그동안 밟아보지 못했던 산길을 여섯 시간 가까이 걸으면서 도봉산 골짜기 숲길의 아름다운 단풍에 마음껏 취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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