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추석 날의 북한산 산행 - 2015년 9월 27일

빌레이 2015. 9. 27. 15:45

추석인데도 고향집에 내려가지 못했다. 서울에서 의경으로 국방의 의무를 감당하고 있는 아들녀석이 특박을 나온다고 하고, 딸아이는 수험생인 관계로 부득이하게 이번 추석은 귀향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름 전에 잠시 고향집과 처가를 다녀온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고는 하지만 어머니와 장인 장모님은 많이 서운해 하실 듯하다. 마음은 무겁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받아들이기로 하고 새벽 4시 직전에 집을 나선다. 내심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정상을 하루에 다 올라보고픈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몸상태가 허락하지 않는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어둠 속을 뚫고 칼바위 능선을 따라 오른다. 오랜만에 본 밤하늘의 별빛이 영롱하다. 오리온 별자리가 또렷하고 카시오페이아 자리도 잘 보인다. 휘엉청 밝은 달빛은 서쪽으로 기울고 있는 중이다. 칼바위 정상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선명한 도시의 불빛을 감상한다. 동쪽으로부터 희미한 미명이 밝아온다. 북한산성길에 올라서서 백운대 방향으로 걷다가 6시에 지나친 동장대부터는 주위가 환해진다. 노적봉과 만경대 사이의 안부에서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잔에 도넛을 먹는다. 만경대 능선 너머로는 해가 완전히 떠오른 상태다. 7시 30분 즈음에 백운대 정상에 서서 아침 햇살에 빛나는 북한산의 봉우리들을 감상한다. 감기 몸살 기운이 느껴져 몸이 무겁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고향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계획했던 불수도북 산행도 포기해야 했지만 별로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다. 순리대로 형편대로 살아가야 맘이 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