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탈리아 베로나 출장을 다녀와서

빌레이 2015. 7. 19. 22:14

이탈리아 베로나대학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느라 일주일 동안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베로나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 있는 도시로 밀라노와 베네치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란 점과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젊은 연인들이 한여름밤의 사랑을 속삭이면서 오페라의 향연에 젖어들 수 있다는 것이 베로나라는 도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비교적 낯선 도시일 수 있지만 유럽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이런 유서 깊은 도시를 방문할 때에는 시간을 쪼개서 부지런히 돌아 다녔었다. 이번엔 한낮이면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 탓에 의욕이 꺽이고 말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도 모르게 식어가는 열정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숙소와 학회장을 오가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둘러본 것만으로도 베로나는 멋진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베로나 같이 유서 깊은 유럽의 구도심은 골목길을 구경하며 배회하는 맛이 특별하다. 걷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탓에 일부러 도심 외곽에 숙소를 정했다. 베로나대학과 숙소 사이는 걷는 경로에 따라 40 분에서 1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이다. 학회가 열리는 동안 매일마다 출퇴근 경로를 달리하여 걷는 기분이 남달랐다. 벨기에에서 연구하던 시절처럼 호젓하게 학술적인 분위기에 빠질 수 있었던 베로나대학 캠퍼스가 무엇보다 마음에 쏙 들었다.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유럽의 대학 건물은 네모 반듯한 미음자 형태를 기본으로 한다. 가운데 안뜰을 바라보는 부분에 복도식 회랑을 배치하여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여들도록 설계되었다. 사람들과 토론도 하고 난간에 앉아 휴식도 즐길 수 있는 이 회랑을 나는 특별히 좋아한다. 이러한 전통적인 대학 건물이 베로나대학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효율성만을 따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대학 현실과 대비되는 그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1. 베로나대학의 회랑. 쉬는 시간에 내가 주로 휴식을 취하던 장소. 난간에 앉으면 편안하고 시원했다. 

 

2. 유럽의 대학들은 칼리지마다 미음자 형태의 건물을 기본으로 한다. 이 칼리지 안마당 가운데엔 우물이 남아있다.

 

3. 학회의 점심식사 장소이기도 했던 베로나대학 구내식당. 음식은 이태리 대학이니 이태리 음식점 못지 않다.ㅎㅎ

 

4. 베로나 시내를 굽이쳐 흐르는 아디제강. 알프스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라 그런지 유속이 상당하다. 

 

5. 아디제강에는 고풍스런 다리들이 많다. 베키오 성으로 이어지는 이 다리도 특별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다.

 

6. 시내 중앙인 브라 광장으로 이어지는 관문. 브라 광장엔 아레나가 있다.

 

7.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인 아레나는 2천 년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놀랍다.

 

8. 베로나 시내의 골목은 걷는 자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9.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에르베 광장.

 

10. 에르베 광장 옆의 시뇨리 광장으로 통하는 관문.

 

11. 시뇨리 광장에는 단테의 동상이 있다. 목요일 밤에는 단테상 옆의 레스토랑에서 환상적인 학회 리셉션이 있었다.

 

12. 베로나 시내 건물 현관은 골목길과 자연스레 연결된 아치형 회랑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