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김병수 교수가 지은 이 책은 일상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정신적 문제들에 대해서 실용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이 부딪히는 일과 스트레스의 본질을 밝혀주고 자신이 처한 문제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한다. 책 속의 내용에 의하면 감정은 우리 마음의 신호이다. 불안은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이고, 우울은 뭔가를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상실감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분노는 나의 정체성이 훼손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므로 분노라는 감정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적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감정에 대한 학술적인 분석 결과를 알려주는 책은 많이 있다. 심리학이나 철학 관련 서적들은 이러한 분석을 분야별로 좀 더 깊이 있게 설파한다. 하지만 현재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장 필요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버텨낼 권리>에서는 정신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환자로 생각해서 의사다운 처방을 내려주는 대목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조절하기 힘든 분노가 일어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준비해서 자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할 것을 권한다. 구체적인 대처법으로는 호흡을 조절하는 것, '~구나' 화법으로 감정을 객관화 하는 것, '5분만 있다가 실컷 화내자'와 같이 화내는 것을 미루기 등과 같은 방안들을 가르쳐 준다. 몸을 다치면 통증이 느껴지는 것처럼 마음을 다쳤을 때는 분노가 생기는 것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알고 있자는 것이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 내가 이해한 저자의 치료법을 감히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자기 앞에 놓인 환경이 억울해도 그것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자는 것이다.
종류와 정도는 다를지라도 한국 사회의 직장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가 실제로 상담한 사례를 바탕으로 얘기를 펼쳐나가기 때문에 누구나 평소에 한두 번 정도는 고민했을 법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 아픈 사람에게 진통제를 처방하는 것과 유사하게 당장의 문제들을 공감하는 이웃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소개하는 부분도 이채롭다. 가요, 클래식, 팝송 등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상황에 적절하게 권해주는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 정도의 위안을 얻을 듯하다. 책 내용 중에는 평소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들이 많다. 사람은 움직이는 동기에 따라 성장 지향적인 사람과 성취 지향적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추적 관찰해본 결과, 성장 지향적인 동기를 가진 사람이 성취 동기에 이끌려 움직이는 사람보다 정신 건강이 월등히 좋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아도 더 성숙해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성장 지향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평소의 마음 자세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 이 책을 덮은 후에 남는 작은 기쁨이다. 앞으로도 힘든 일이 있을 때 종종 펼쳐보고 싶은 좋은 책을 읽어서 흐뭇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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