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조정래 선생과 장편소설 <정글만리>

빌레이 2015. 8. 11. 10:58

조정래 선생의 작품을 오랜만에 읽게 되었다. 이태리 출장을 다녀온 후 시차 적응이 안된 심야 시간에 TV를 켰는데, 때마침 조정래 선생이 출연한 인터뷰 프로를 시청할 수 있었다. 살아있는 작가정신으로 불리는 조정래 선생의 생활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것이지만 참으로 대단한 선생의 삶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껍데기들로 가득찬 것 같은 작금의 세태 속에서 조정래 선생의 삶은 사막 속에 흐르는 한줄기 맑은 물소리 같이 여겨졌다. 지금도 한 자 한 자를 육필로 적어서 작품을 완성해내는 그의 철저한 자기 관리는 나 같이 평범한 이들을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인터뷰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선생의 간결하면서도 지극히 합리적인 견해는 배울 점이 아주 많았다. 문학 작품을 쓰는 문학가가 아니라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한 사람들처럼 논리가 정연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소중했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실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선생의 생활신조라고 하셨다. 근자에 떠들썩했던 어느 여류소설가의 표절논란에 대한 선생의 준엄한 말씀도 귓가에 쟁쟁하다. 10년 전부터 선생이 한국 문단에 고하셨던 그 말씀이다. "30년 군사독재도 나쁘지만, 40년 문학권력은 더 나쁘다." 이미 권력화되어 건강함을 잃어버린 우리 문단에 일침을 가했던 그 말씀이 하나의 현상으로 표출된 것이 표절논란이며, 표절은 글 도둑질이라고 하셨다. 그 방송을 보고난 후 선생의 작품을 읽고 싶어서 곧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정글만리>를 구매했다.

 

이번 여름의 독서에서 얻은 조그만 소득이 하나 있다면 중국에 대해서 예전보다는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우영 선생의 만화 <십팔사략>을 읽은 후에 중국의 장구한 역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다. 조정래 선생의 소설 <정글만리>는 현대 중국의 실태를 잘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모택동의 혁명에서 시작되어 등소평의 개혁개방으로 불붙은 현대 중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정글만리>는 소설적 재미는 기본이고 풍부한 지식까지 선물해 주었다. 소설을 읽고 있는 순간에는 마치 중국에 오래 살다온 친한 친구가 현대 중국의 밑바닥부터 장구히 흐르는 역사와 전통문화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얘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는 듯한 행복감을 맛보게 되었다.             

 

1. <정글만리>는 4백여 페이지 분량의 책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2. 등반장비를 쌓아두는 창고 역할을 하고 있는 내방 베란다에서 선풍기 켜놓고 읽을 때가 많았다.

 

3. 때로는 캠핑등 아래에서 여름밤의 낭만을 즐기는 중에도 <정글만리> 속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