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스위스 알프스 (3) - 그린델발트와 피르스트 전망대

빌레이 2009. 7. 21. 08:27

융프라우 등산열차는 클라이네샤이덱에서 라우터부룬넨과 그린델발트에서 올라오는 등산열차와 만난다.

라우터부룬넨의 맞은편 골짜기에 그린델발트는 넓은 계곡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유자형 계곡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 라우터부룬넨이라면, 그린델발트는 드넓은 초원과 그림 같은 집들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린델발트엔 초행길이었던 내게는 그 인상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클라이네샤이덱에서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는 기차 속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경은

글로 나타내자면 정말 그림 같다는 상투적인 표현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아이거 봉우리 밑에 위치한 사면은 철쭉 군락이다. 맞은편 골짜기 목장의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이다.

멀리 보이는 그린델발트 중심지는 예쁜 펜션들이 즐비하다. 남진의 유행가 <님과함께>가 가장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린델발트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피르스트 전망대 올라가는 곤돌라를 탈 수 있다.

올라가는 데만 30분이 넘는 길이다. 영국인 부부와 한 곤돌라에 탑승하게 되어 서로 대화하면서 가는 맛도 좋았다.

이들 부부는 25년 전에 이 곳에 신혼여행을 왔었고, 결혼 25주년을 맞아 다시 일주일 동안 여행을 왔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은혼식이라 하여 꽤 의미있게 지내는 모양이다.

 

영국 런던에서 온 이들은 대단히 친절해서 얘기 나누는 동안이 더없이 좋았다.

부부가 모두 나와 같은 개신교 신자여서 더욱 얘기가 잘 통했다.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를 대단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자식들과 함께 왔는데 먼저 보내고 부부만 남아서 알프스 이곳 저곳을 트레킹하며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내가 아침에 융프라우 전망대에서 최고의 절경을 감상했다고 자랑하자 대단히 부러워한다.

자기들은 아직까지 맑은 풍경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겐 둘이서 즐기는 트레킹이 더 좋은 것 같다.

 

런던에서 온 부부와의 유쾌한 대화 속에 지루함 없이 피르스트 전망대에 이르렀다. 그런데 구름 속이다.

원래는 나도 그 부부처럼 바흐알프제 호수까지 트레킹을 즐길 생각이었다. 시야가 없는 트레킹 한다는 게 무의미했다.

그래서 피르스트 봉우리 주변에서 들꽃도 관찰하고 주변 트레킹 코스 가는 길도 관찰하면서 시간을 좀 보냈다.

그린델발트 내려가는 오솔길로 접어들어 풍경을 감상하는데 잠깐 잠깐씩 구름이 걷혔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트레킹해서 내려가는 황혼의 부부가 있어 증명사진 한 컷을 부탁하니 친절하게 잘 찍어 주신다.

 

들꽃을 촬영하며 시간을 좀 보냈는데도 구름이 걷힐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곤돌라에 몸을 싣는다.

내려가는 길은 혼자 곤돌라를 독차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케이블카로 올라와서 천천히 산책하며 걷기 때문이다.

바흐알프제 호수 표면에 담긴 알프스 설산의 예쁜 그림을 꼭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무척 아쉬웠다.

런던에서 온 부부처럼 나도 다음엔 아내와 함께 은혼식 기념으로 이 곳에 와서 일주일 동안 트레킹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때 아름다운 그림 더 많이 카메라에 담을 것을 기대하고 그린델발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다.

  

 

 

1. 그린델발트 골짜기는 라우터부룬넨과는 다른 평온함이 있는 것 같다. 

 

2. 그린델발트 시내는 라우터부룬넨보다 좀 더 큰 것 같다. 사람이나 호텔도 더 많다.

 

3. 그린델발트 관광안내소... 아주 깨끗하고 좋은 자료가 많다... 실내 빙상장과 수영장도 있다.

 

4. 그린델발트는 최근 뜨고 있는 지역답게 새로운 펜션들이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공사중인 곳도 많다.

 

5. 피르스트 전망대 가는 곤돌라 탑승 역... 기차역에서 10여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6. 빙하에 의한 침식이 만든 협곡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줌으로 당겨보았다.

 

7. 초원의 들꽃은 한국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자운영 색깔이 좀 다양하다는 특징이 있는 듯...

 

8. 짐 무게 때문에 접사렌즈를 가져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순간... 16-85 렌즈로 접사는 아무래도 힘들다...

 

9. 설악산 서북릉에서 자주 보이던 앵초도 많이 피어있다...

 

10. 아네모네를 야생에서 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생각보다 예뻤다...

 

11. 인터라켄 주변은 페러글라이딩을 비롯한 레저스포츠의 천국이다... 골짜기의 상승 기류 때문에 오래 머무는 것 같다.

 

12. 그린델발트로 내려가는 산길이 참 걷고 싶게 만든다... 그넘의 시간 때문에...

 

13. 노부부가 다정하게 트레킹하는 모습이 참 좋다... 할아버지가 내 증명사진도 찍어주셨다...

 

14. 왜 입을 꼭 다물어야 했을까?...

 

15. 초원의 소떼... 이런 데서 길러진 소의 고기는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을 것이다...

 

16. 해발 2천미터가 넘는 높이를 산악자전거로 오르는 이들이 더러 있다... 길도 아주 잘 닦여져 있다.

 

17. 자전거를 탄다면 이 곳에서 자동차 방해 받지 않고 마음대로 타고 싶다... 자전거를 위한 표지판도 완벽하다...

 

18. 자전거 거치대가 버스마다 있어서 힘들면 적당한 곳에서 버스를 타면 된다...

 

19. 그린델발트 기차역... 이제는 알프스와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