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오스트리아-스위스 여행기를 시작하며...

빌레이 2009. 7. 13. 16:40

대덕연구단지 연구원이던 시절,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벨지움의 루벤대학(KU-Leuven)에서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습니다.

벨지움 뿐만 아니라 유럽의 수도랄 수 있는 브뤼셀에서 기차로 40여분 떨어진 곳이었으니 유럽의 중심이었지요.

그때 유럽에 살면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서 많이 익숙해지고 좋아했던 제게 유럽은 다른 외국에 비해서 편한 곳입니다.

이번 출장 때에도 꼭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이 모든 것이 편하고 좋았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해 비엔나에 도착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둘째날은 비엔나 관광, 셋째날은 비엔나 숲 산책과 그라츠로의 이동 및 학회 등록,

넷째날부터 여섯째날까지는 그라츠 공대(TU-Graz)에서의 학회 참석 및 그라츠 산책,

여섯째날 유로나이트라는 밤 열차의 침대칸을 이용해 쮜리히로 이동,

일곱째날 아침은 아인쉬타인의 숨결이 살아있는 ETH(연방공대), 쮜리히 대학, 쮜리히 시내 산책,

오후에 베른을 거쳐 인터라켄 입성하여 라우터브룬넨 트레킹으로 알프스에서의 생활 시작,

마지막 날 새벽부터 시작된 융프라우 관광...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알레치 빙하, 피르스트 전망대, 그린델발트...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고 쮜리히 공항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 일정이었습니다.

 

류시화의 글 중에 돌로 만든 인형, 헝겁으로 만든 인형, 소금으로 만든 인형 얘기가 나옵니다.

이 세 가지 인형을 바닷물에 넣었을 때, 변하지 않는 돌인형, 부풀어 오르는 헝겁인형,

녹아 없어지는 소금인형의 특성을 비유한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여행할 때 세상은 바다이고, 나는 소금인형처럼 거기에 녹아들어갈 때 최고의 여행이랄 수 있겠지요.

이번 유럽 여행이 제겐 소금인형처럼 거기에 녹아드는 자신을 발견한 것 같아서 행복했습니다.

이번 여행만큼 많이 걷고, 많이 느끼고, 알차게 보냈던 여행도 흔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여행 발차취에 큰 획을 그은 것 같은 이 여행을 곱씹어 보기 위해 여행기를 차분히 적어보고 싶습니다.

작년의 캐나다 여행기처럼 의욕만 앞서고 바쁜 일 때문에 용두사미로 끝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 심정은 길게, 그리고 자주 여행기를 써 나가고 싶답니다.

천오백 컷이 넘는 사진과 수십편의 동영상을 담아왔습니다. 편집하는 데에만 며칠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여가 시간에 부지런히 올리기로 하고 우선 가슴에 남는 사진 몇 컷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