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스위스 알프스 (1) - 라우터부룬넨에서 트룀멜바흐폭포까지 왕복 트레킹

빌레이 2009. 7. 14. 14:07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호텔에서 인터넷을 통해 인터라켄의 호텔을 예약했다.

한국사이트에서 100유로가 넘는 금액인데, 현지의 사이트를 통하니 프리페이(prepay) 조건으로 65유로이다.

호텔 위치도 인터넷 지도로 검색하여 인터라켄 서역으로부터 호텔까지의 루트를 확인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하다.

쮜리히 시내 산책을 마치고 베른에서 기차를 갈아타서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한다.

베른에서 인터라켄에 이르는 기차길은 튠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서 풍광이 멋지다.

 

인터라켄에서 호텔 주소를 보고 찾아가는데 생각했던 것과 좀 차이가 있다. 하여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에게 길을 묻는다.

할아버지도 확실치가 않다며 가게에 들어가서 손수 물어보고 길을 가르쳐주신다.

인터라켄 시내에서 2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데 내가 지도의 척도를 잘 못 산정한 것 같았다.

열심히 호텔을 찾아가고 있는데 그 할아버지가 차를 타고 오셔서 옆에 타라고 하신다.

손수 호텔 앞에 나를 내려주시니 황송할 따름이다. 일단 인터라켄 입성의 첫인상이 좋다.

 

인터라켄은 두번째 방문이다. 2002년 1월에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왔었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관광이 위주였다.

이번엔 혼자 몸이어서 자유로우니 트레킹을 꼭 해보고 싶었다. 호텔 체크인 후 샤워도 하지 않고 곧바로 알프스로 향한다.

다음날 밤이면 출국해야 하는 내게 일분 일초가 아깝다. 빌더스빌에서 기차를 타고 라우터브룬넨에 도착한다.

겨울에 보았던 알프스와는 모든 풍경이 새롭다. 라우터부룬넨 골짜기의 명물 슈타우프바흐 폭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다.

라우터부룬넨 역에서 트룀멜바흐 폭포까지 왕복 세 시간 정도의 트레킹을 즐겼다.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알프스 트레킹을 드디어 실천하는 순간이다.

 

역시 트레킹을 하면서 바라보는 알프스는 더욱 좋았다. 자동차로 지나치며 보았던 풍경들 속에 감춰진 모습을 본 것 같다.

슈타우프바흐 폭포 코밑까지 나 있는 오르막길을 올라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멋지다.

바위에 굴을 뚫어 길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가게 만들어 놓은 것은 스위스 사람들이 최고인 것 같다.

알프스 골짜기 거의 모든 길은 자동차가 다니는 루트와 사람과 자전거가 다니는 루트 자체가 달라서 좋다.

트룀멜바흐 폭포까지 가는 길도 목적지에서 만날 뿐 걸어서 가는 길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한가하고 좋다.

 

알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특징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트레킹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 사람들 뿐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면 중국, 일본, 한국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대륙별 여행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일주일 이상을 머물면서 알프스 곳곳을 산책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멀리서 온 아시아쪽 사람들은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 찍는 것이 여행의 주된 일인 것 같다.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난 이번 알프스 여행에서 시간이 허락되는한 많이 걷고 싶었다.

평소 산행으로 다져진 튼튼한 다리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훈련을 잘한 선수가 실전에서 즐길 수 있는 법이다.

 

트룀멜바흐 폭포까지 가는 길은 참 평탄하고 걷기 좋은 길이다. 폭포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웅장하다.

2002년에 왔을 때는 닫혀 있어서 보지 못했었다. 겨울엔 얼어 있기 때문에 폐쇄하는 모양이다.

빙하 녹은 물이 협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소리만으로도 보는 이를 경탄케 하는 폭포다.

곳곳에 터널을 뚫어 놓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스위스인들의 집념에 또 한번 경의를 표할 뿐이다.

돌아오는 길은 피곤해서 버스를 타고 싶은 생각이 나를 유혹했다. 하지만 또 다시 걷기로 했다.

 

걸어서 돌아오길 정말 잘했다. 돌아올 때 보는 풍광이나 느낌은 또 달랐다.

햇볕의 방향이나 시야도 다르니 같은 길이라도 다른 느낌이란 건 산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안다.

중간에 옹달샘이 있는 벤치에 앉아 준비해간 바나나와 사과를 먹으며 쉬는 맛도 달콤한 평화로움이다.

혼자 하는 트레킹이 전혀 외롭지 않다. 사진 찍는 재미와 주변 풍광 감상하는 재미에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없다.

인터라켄으로 돌아와 내일의 융프라우 산악열차 시간표를 확인하고 호텔에 돌아오니 마음 뿌듯하다.

비엔나 이후로 5일만에 한국식당에서 먹은 꼬리곰탕 한식도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트레킹 하는 내내 융프라우 정상은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2년에 왔을 때도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 다음 날 새벽의 맑은 하늘을 기원하며 잠자리에 든다.

알프스에서의 첫 트레킹이 정말 좋았다.

 

 

1. 빌더스빌 역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라우터부룬넨 가는 도중에 있다.

 

2. 내가 타고 간 열차. 융프라우요흐로 가기 위해서는 라우터부룬넨에서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3. 라우터부룬넨에 들어서면 웅장한 슈타우프바흐 폭포가 반겨준다.

 

4. 라우터부룬넨 역. 휴가철이라 사람들로 붐빈다.

 

5. 슈타우프바흐 폭포 아래에서 내려다본 풍경. 여기까지 올라가는 것도 조금 힘들다.

 

6. 웅장한 폭포의 가장 아래부분을 바라본다. 물안개가 흩날린다.

 

7. 트룀멜바흐 폭포 가는 트레킹 루트. 일반 자동차는 다른 길로 가야한다. 자전거와 마을 사람들 트럭은 가끔 다닌다.

 

8. 가는 길에 만난 가족. 아저씨가 대단히 친절해서 내 증명 사진도 여러 컷 박아주셨다. 카메라 좋다는 칭찬도 잊지 않는다.

 

9. 그 아저씨가 찍어준 증명사진. 좀 뻘쭘하다.

 

10. 트레킹 코스는 평화롭기 그지 없다.

 

11. 가는 길에 시냇물도 만나고 다리도 건너니 별로 심심하지 않다.

 

12. 트룀멜바흐 폭포는 내가 지금까지 본 폭포 중 가장 인상적이다.

 

13. 트룀멜 폭포의 가장 하단부. 이런 풍경은 시작에 불과하다.

 

14. 트룀멜바흐 폭포 외부는 평온하다. 하지만 내부는 바닥이 흔들릴 정도로 소리가 웅장하다.

 

15. 돌아오는 길의 풍광은 또 다시 새롭다. 조그만 폭포들과 들꽃들이 수도 없이 많다. 들꽃은 우리 산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다.

 

16. 근처의 숲속에 잠깐 들러보았다. 숲속은 원시림 지대이다.

 

17. 슈타우프바흐 폭포 아래로 뚫린 트레킹 길에서 두 사람이 내려보고 있다. 나도 저 곳에서 잠시 풍광을 감상했다.

 

18. 돌아오는 길 중간에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바나나와 사과를 먹는데 맛이 꿀맛이다.

 

19. 호텔 앞에서 올려다본 융프라우 봉우리. 오후 내내 구름 속에 갇혔다. 내일은 열려야 할텐데...라고 기도한다.

 

20. 내가 묵었던 호텔. 역사가 100년도 넘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고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