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용인 조비산 암장 - 2022년 3월 5일(토)

빌레이 2022. 3. 6. 08:29

COVID-19 일일 확진자 수가 25만 명을 훌쩍 넘어선 3월의 첫 주말이다. 어느새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진 탓인지 학생들 중 80퍼센트 정도가 비대면 강의를 원하여 이번 학기도 개강 첫 주부터 학생들은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강의로 시작했다. 지독한 겨울 가뭄과 봄철의 건조경보가 만난데다 태풍급의 강풍이 더해져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큰 산불이 동해안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는 막바지에 돌입하여 3월 9일 투표일을 앞두고 있다. 어제는 사전투표일이어서 출근길에 잠시 들러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나라 밖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이 한창 진행 중이다.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복잡다단한 시대의 한가운데를 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혼돈의 시기일수록 일희일비 하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똑바로 잡은 상태에서 진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모처럼 맑게 개인 하늘에 햇살 좋은 주말 아침이다.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해지고 오후부터는 강한 서풍이 불어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용인의 조비산 암장에서 등반에 집중해 보기로 한다. 세상이 어지러운 때일수록 말은 아끼고 조용히 무엇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클라이밍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듯하다. 조비산 정상부엔 오전부터 찬바람이 간헐적으로 세차게 불었으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맨 우측벽 아래의 양지바른 곳에 아지트를 정하고 여유롭게 등반에 집중할 수 있었다. 홀드 하나 하나를 찾아가면서 오름짓에 몰두하는 사이에 다른 잡념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이제 막 개강을 했으니 앞으로 분주한 나날의 연속일 것이다. 이번 학기도 몸과 마음을 항상 건강하게 유지하여 일과 클라이밍 모두를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산불로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어버린 이재민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이 빠르게 치유되기를 기원하는 마음 간절하다.                

 

▲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양지바른 한적한 곳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 베이스캠프 위의 동굴 속에서 본 풍경이다. 황사가 심하고 세찬 바람이 간간히 불어오는 날씨였다.
▲ 'Stay high'(5.10a)에서 먼저 몸을 풀어본다.
▲ 'Stay high'는 가볍게 몸을 풀기에 적당한 루트다.
▲ '코스모스'(5.10b)는 루트 초반부 오버행을 넘어서는 것이 크럭스였다. 기록된 난이도에 비해 어렵게 느껴졌다. 처음에 완등하지 못하고 톱로핑 상태에서 홀드와 동작을 찾아서 완등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 '디스커버리'(5.10b) 루트를 등반 중이다. 톱앵커 직전의 오버행 크랙구간이 크럭스였다.
▲ 한 차례의 행도깅 후에 '디스커버리'의 톱앵커에 클립할 수 있었다.
▲ 오늘의 조비산암장은 전체적으로 평소 주말보다 한적했다.
▲ 'Fantasy boy'(5.10a) 루트를 오르고 있다.
▲ 'Fantasy boy' 루트는 초반 오버행 구간을 통과한 후부터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등반선이 자연스러운 바윗길이다.
▲ '에스라인'(5.10b) 루트를 오르고 있다. 명칭에 걸맞게 등반선은 볼트 좌우를 넘나든다.
▲ '에스라인'은 우측의 '코스모스'와 나란히 진행하는 루트로 첫 볼트를 클립하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오버행 구간이 크럭스였다.
▲ 다른 클라이머들이 하나 둘 철수할 무렵 마지막으로 '백호'(5.10a) 루트를 오르고 있다. 이때부터는 찬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서 홀드를 잡는 손끝의 감촉이 차가웠다.
▲ 홀드가 차가우면 손의 감각도 무뎌지니 등반이 즐거울 수가 없다. 오늘은 이쯤에서 철수하기로 한다. 건조한 날씨 탓에 온몸이 먼지 투성이가 되었다. 물티슈로 옷에 묻은 흙먼지를 닦아내야 할 정도였다.
▲ 우리팀이 철수하는 시간에도 중앙벽 앞에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등반 열정을 멈추지 않는 클라이머들이 여전히 많았다.
▲ 산을 내려와서 올려다 본 조비산 정상부의 암벽이 사광에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