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거인암장 - 2022년 3월 20일(일)

빌레이 2022. 3. 20. 20:20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 아침 9시에 서울을 출발했다. 거인암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간간히 유리창에 맺힌 이슬비를 보면서 조금은 심란했다. 등반 가능성을 반신반의한 상태로 암장에 가야하는 마음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었다. 어제는 함박눈과 진눈깨비가 내린 변덕스런 날씨였고, 오늘 아침은 잔뜩 흐린 하늘에 기온은 다시 쌀쌀해졌다. 차츰 맑아져서 오후엔 해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일기예보가 적중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복잡한 감정은 거인암장 입구에 주차된 많은 차들을 보면서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이 많은 1암장을 지나쳐 2암장으로 향하던 중 윤길수선생님과 영채씨를 만났다. 당연히 기영형도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들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자가격리 중이라 못 왔다는 것이다. 윤선생님도 최근에 확진되어 인후통으로 고생하셨다고 한다. 주위에 확진자가 흔해지니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람들과 떨어진 3암장 한 켠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베이스캠프 바로 앞에는 생강나무꽃이 피어 있었다. 2암장에서 글루인 볼트로 윤선생님이 길을 만든 새로운 루트 두 개를 단번에 완등했다. 윤선생님 일행은 2암장의 여러 루트를 보수하느라 수고가 많으셨다.     

 

▲ 2암장에 새롭게 개척된 루트를 오르고 있다. 루트 보수 중인 윤선생님이 좌측 위로 보인다.
▲ 새로운 루트를 온사이트로 완등한 기쁨이 있었다. 자일 꺽임이 전혀 없고 자연스런 동작으로 오를 수 있는 루트였다.
▲ 2암장의 새로운 루트 두 개는 글루인 볼트로 만들어졌다. 돌이 잘 갈라지는 암질에는 글루인 볼트가 더욱 안전하다고 한다.
▲ 2암장 좌측의 '자유'와 '자성' 사이에 새롭게 개척된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이 루트는 오버행 구간만 잘 넘어가면 된다.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홀드가 듬직해서 단번에 완등할 수 있었다.
▲ 오버행 구간에서는 퀵드로 2개를 연결해서 클립하면 로프 유통이 원활해진다.
▲ 좌측은 자일 꺽임이 없도록 새롭게 개선된 '여주' 루트의 등반선이고, 우측은 글루인 볼트로 새롭게 개척된 루트의 등반선이다.
▲ 베이스캠프 바로 앞에서 생강나무꽃을 올해 처음으로 보았다.
▲ 늦은 점심 후에는 1암장에서 등반했다.
▲ 1암장의 '봄향기' 루트를 오르고 있다.
▲ 이름이 좋아서 올라본 '봄향기'는 두 번째 오버행을 넘어서는 구간이 크럭스였다.
▲ 오후엔 햇살이 간간히 비춰 주었고, 생강나무꽃도 한층 더 탐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