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대지를 촉촉히 적셔준 봄비가 내렸다. 오늘은 비 개인 맑은 하늘과 밝은 햇살을 기대하고 파주의 거인암장에 도착했으나, 흐린 하늘에 기온은 쌀쌀하고 바람까지 심상치 않게 불어제낀다. 한 달 전에는 양지바른 거인암장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었는데, 계절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선뜻 바위에 붙을 염사가 나지 않았으나 그래도 바람이 제일 적게 부는 2암장 앞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익숙한 루트에서 몸을 풀어보기로 한다. '자유(5.10a)'를 선등하는데 바위가 차가워서 홀드를 잡는 손가락이 얼얼하다. 이렇게 손에 전해지는 감촉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등반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나에겐 여간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번에 올라본 루트라서 그리 어렵지 않게 완등한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 한차례 더 오르고 나니 어느 정도 몸은 풀리는 듯하다. 다른 두 팀도 2암장에서 등반하는 바람에 루트를 마음대로 선점하지 못하여 '여주(5.9)'에서 한 번 더 등반한 후에 오전 등반을 마쳤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비춰주기는 하나, 여전히 흐린 날씨에 등반이 즐거울 것 같지 않아서 그만 접고 근처의 감악산이나 파평산에서 워킹산행이나 할까 하는 유혹이 잠시 찾아든다. 하지만 그래도 거인암장에 다시 왔으니 새로운 루트에 한 번은 붙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대현(5.10b)'과 '자성(5.10c)'은 비록 온사이트 완등엔 실패했지만 크럭스를 통과하는 동작을 풀 수 있어서 선등으로 줄을 건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는 그럭저럭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오버행 구간에서의 홀드와 무브를 익혔으니 다음에 오면 두 루트 모두 완등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안고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다른 팀들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는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다들 일찍 철수하는 모양새다. 예전과는 달리 손이 시릴 정도로 바위가 차가운 자연 환경에서도 등반을 이어갔다는 사실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오늘의 등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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