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파주 거인암장 - 2021년 3월 21일(일)

빌레이 2021. 3. 21. 20:24

어제는 대지를 촉촉히 적셔준 봄비가 내렸다. 오늘은 비 개인 맑은 하늘과 밝은 햇살을 기대하고 파주의 거인암장에 도착했으나, 흐린 하늘에 기온은 쌀쌀하고 바람까지 심상치 않게 불어제낀다. 한 달 전에는 양지바른 거인암장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었는데, 계절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선뜻 바위에 붙을 염사가 나지 않았으나 그래도 바람이 제일 적게 부는 2암장 앞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익숙한 루트에서 몸을 풀어보기로 한다. '자유(5.10a)'를 선등하는데 바위가 차가워서 홀드를 잡는 손가락이 얼얼하다. 이렇게 손에 전해지는 감촉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등반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나에겐 여간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번에 올라본 루트라서 그리 어렵지 않게 완등한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 한차례 더 오르고 나니 어느 정도 몸은 풀리는 듯하다. 다른 두 팀도 2암장에서 등반하는 바람에 루트를 마음대로 선점하지 못하여 '여주(5.9)'에서 한 번 더 등반한 후에 오전 등반을 마쳤다.

 

구름 사이로 간간히 햇살이 비춰주기는 하나, 여전히 흐린 날씨에 등반이 즐거울 것 같지 않아서 그만 접고 근처의 감악산이나 파평산에서 워킹산행이나 할까 하는 유혹이 잠시 찾아든다. 하지만 그래도 거인암장에 다시 왔으니 새로운 루트에 한 번은 붙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 '대현(5.10b)'과 '자성(5.10c)'은 비록 온사이트 완등엔 실패했지만 크럭스를 통과하는 동작을 풀 수 있어서 선등으로 줄을 건 후에 톱로핑 방식으로는 그럭저럭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오버행 구간에서의 홀드와 무브를 익혔으니 다음에 오면 두 루트 모두 완등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안고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다른 팀들도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는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다들 일찍 철수하는 모양새다. 예전과는 달리 손이 시릴 정도로 바위가 차가운 자연 환경에서도 등반을 이어갔다는 사실에 의미를 둘 수 있는 오늘의 등반이었다.       

 

▲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거인암장 주변엔 온통 생강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 노란 생강나무꽃과 연초록의 새잎을 보니 마음이 밝아지는 듯했다.
▲ 한 달 전에 와서 온사이트로 완등했던 '자유(5.10a)' 루트부터 올라본다. 날씨가 추워서 등반 중에도 고어텍스 자켓을 입아야 했다.
▲ '자유'를 선등 중이다. 등반이 별로 어렵진 않았으나, 바위가 차가워서 손에 감각이 없는 것 같았다.
▲ 톱앵커에 퀵드로를 설치하고 톱로핑 등반 후 마지막 등반자는 하강고리 마모를 방지하기 위해 두 줄로 하강해야 한다. 
▲ '여주(5.9)' 루트를 선등 중이다. 2암장엔 우리팀 외에도 두 팀이 더 있었다.
▲ 점심시간에 암장 주위를 둘러보는데, 탐스러운 생강나무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 오후 시간의 첫 등반 루트는 '대현'이다. 초반부와 중반부의 오버행 구간이 크럭스다.
▲ '대현'을 선등 중이다. 오버행 구간에서 홀드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온사이트 완등에 실패했다. 루트파인딩 능력을 키워야 한다.
▲ 다음으로 '자성' 루트에 붙어본다. 루트 중간부분의 오버행 구간만 잘 돌파했다면 완등할 수 있는 루트였다.
▲ 그래도 오후엔 기온이 조금 상승하여 자켓을 벗고 등반할 수 있었다.
▲ '자성' 루트를 선등 중이다. 난이도 5.10c 루트에서 온사이트로 완등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 '자성'의 크럭스는 오버행 바로 아래 부분부터 시작된다. 난이도에 걸맞게 홀드가 그리 양호한 편은 아니다.
▲ '자성'의 오버행 구간을 단번에 올라서지 못하고 한 차례의 로프 테이크 후에 올라서야 했다. 온사이트 완등을 실패한 아쉬움이 남았다.
▲ 자일파티인 은경이도 '자성'의 오버행 구간에서 한 차례 쉬어가기는 했으나, 곧바로 동작을 찾아냈다.
▲ 다시 한 번 '자성' 루트를 톱로핑 방식으로 등반하여 동작을 연습했다. 
▲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거인암장에 노란 생강나무꽃이 만발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 제1암장 앞에는 진달래꽃도 피어 있었다.
▲ 하산길에 돌아본 거인암장 위로 푸른 하늘과 흰구름이 아름답게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