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무의도 하나개 암장 - 2021년 3월 13일(토)

빌레이 2021. 3. 13. 21:34

아침 일찍 애마를 운전하여 차량이 드문 공항고속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내달린다. 인천국제공항이 보이는 갈림길에서 공항을 우측에 두고 무의도로 진행하는 해안 직선 도로를 따른다. 해마다 1년이면 몇 차례씩 꼭 오게 되는 인천공항인데 작년엔 해외로 떠나는 출장이나 여행이 전혀 없었으니 공항에 올 일도 없었다. 멀리서 공항의 모습만 봐도 살짝 반갑고 설레는 기분이 든다. 집에서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하나개 해수욕장 주차장에 도착한다. 아침 7시 30분에 서울의 집을 나섰다. 하늘은 흐리지만 그리 쌀쌀한 날씨는 아니다. 하나개 암장으로 다가가는 해변의 오솔길 주변에서 올해 처음으로 활짝 핀 진달래꽃이 반겨준다. 무의도가 영종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육지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의 섬인지라 등반 계획을 세울 때 낚시인들처럼 처음으로 물때를 확인해 보았다. 오늘은 음력 그믐으로 대무의도의 만조 시간은 04시 49분과 17시 11분이고, 그 사이 간조는 11시 02분이다. 오후 3시 즈음부터는 다시 바닷물이 암벽에 서서히 차오를 듯하여 그때까지 부지런히 등반하기로 마음 먹는다. 

 

오전에 애스트로맨월의 안쪽 루트에 붙어서 몸을 풀어본다. 해가 없고 바람도 간간히 불어서 그런지 바위가 차갑다. 덩달아 내몸도 지난 주와 달리 조금 움츠러 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벽에 붙어서 힘을 쓰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워밍업은 된 듯하다. 약하나마 구름 사이로 햇빛이 간간히 비추기 시작한 후부터는 몸이 제대로 풀리고 등반도 잘 되었다. 바닷가쪽에 나란히 자리한 3개의 루트-난이도는 모두 5.10b-를 등반할 때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아서 매우 즐겁게 등반할 수 있었다. 세 루트 모두 선등으로 단번에 깔끔하게 완등하여 그만큼 만족감도 컸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기미가 보일 무렵엔 호룡골로 이동하여 두 개의 쉬운 루트를 재빠르게 등반했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간식을 먹었던 오후 3시 즈음엔 우리가 터를 잡은 바윗턱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출렁거렸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 배낭을 내려 놓고 가본 적 없는 호룡곡산 정상을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팀과 동혁씨팀을 포함하여 세 팀 밖에 없었던 하나개 암장에서 오롯히 우리의 등반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의도에서 또 하나의 즐겁고 유쾌한 추억이 쌓였다.                

 

▲ 오늘 암장의 첫 손님으로 도착한 때엔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썰물로 드러난 모래사장 위를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 애스트로맨월의 안쪽에서 등반을 시작해 보는데, 다소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 가장 쉬운 루트에서 몸을 풀어본다. 바위가 차갑지만 손이 시릴 정도는 아니다.
▲ 몸이 좀 둔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수호천사(5.9)'를 완등하고 난 후부터는 서서히 몸이 풀리는 듯했다.
▲ '수호천사' 바로 좌측의 '청중(5.10c)'은 톱로핑 방식으로 올랐다.
▲ 은경이가 두 줄로 하강 중이다. 톱로핑으로 등반할 때는 톱앵커에 퀵드로를 이용해 자일을 설치하고 하강고리에 하중이 실리도록 자일을 걸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등반자는 위 사진에서와 같이 스스로 하강해야 하강고리의 마모를 최소화 할 수 있다.
▲ 바닷가쪽의 직벽에 나란히 자리잡은 3개의 루트 중에서 맨 우측의 '별천지(5.10b)'를 등반 중이다.
▲ 점심 후에 해가 비치기 시작하여 따스한 기운이 감돌아 몸도 풀리고 기분도 좋아졌다.
▲ '2월29일생(5.10b)' 루트도 단번에 깔끔하게 완등했다.
▲ 선등을 완료하고 톱로핑으로 한 차례 더 연습하기 위해 톱앵커에 퀵드로를 이용해 자일을 걸었다. 하강고리가 마모되면 비용을 들여서 톱앵커 전체를 다시 설치해야 한다. 최근에 개척자이신 윤길수 선생님팀의 노력과 봉사로 반영구적인 글루인 볼트를 이용해 하나개 암장의 톱앵커가 안전하고 새롭게 교체 되었다. 암장을 이용하는 클라이머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등반예절을 지키면서 즐겨야 할 것이다.
▲ 톱앵커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동혁씨팀의 모습이 보인다. 관광용 다리는 코로나 때문에 패쇄되어 조용히 등반할 수 있어서 좋았다.
▲ 바닷가 직벽의 나란한 세 루트 중 맨 좌측의 '정다운(5.10b)'을 등반 중이다.
▲ 내가 좌측 루트를 등반할 때, 동혁씨팀도 우측 루트에 붙었다.
▲ 썰물로 드러난 해변에서 발견한 하트 모양의 바윗돌.
▲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에 서둘러서 호룡골로 왔다.
▲ 호령골의 '무늬밭(5.8)'을 오르고 있다.
▲ 호령골에 있는 '황발이(5.9)'를 등반 중이다.
▲ 오후 3시 즈음부터 암장 앞으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래는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하나개 암장의 개념도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