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벌써 마무리 되었을 1학기가 지난 주에야 겨우 끝났다. 보통 때보다 2주 늦춰진 일정이다. 작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일상의 변화가 대학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교육부와 대학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바이러스 감염 상황을 봐 가면서 온라인 강의를 등교 수업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학기 내내 저울질 했지만, 끝내 학생들의 온전한 등교는 이루어지지 못 했다. 사상초유의 온라인 강의로 진행된 교과목을 감당해 내느라 학생들과 교수진 모두 힘들고 지리한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선생의 위치에서는 익숙치 않은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생들도 답답한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보고 듣는 강의로는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불편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자연 환경이 회복되는 사례들을 종종 목격하듯, 나의 2020년 상반기도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었다. 우선은 바뀐 온라인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 속에서 그간 깊이 생각하지 못 했던 교육의 기본에 대하여 성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좀 더 알찬 강의 내용과 학생들에게 친절한 강의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소중했다. 교수라는 직업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채점과 성적 처리까지 마친 홀가분한 기분 속에 아내와 둘이서 파주의 마장호수를 산책하면서 한 학기를 되돌아 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수의 맑고 청아한 물빛을 보면서 둘레길을 걷는 시간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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