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 생각

빌레이 2019. 4. 4. 18:30

엊그제 장모님께서 갑상선암 수술을 받으셨다. 암 덩어리가 갑자기 커져서 기도를 누를 수 있는 응급 상황이었다. 수술 전엔 암이 악성이고 말기라서 절망적인 상태라고 했으나 수술 후에는 희망적인 면도 보인다고 한다. 아내를 비롯한 처가 식구들은 갑작스런 비보와 병간호 때문에 경황이 없다. 우리 집에서 임시로 거처하시는 장인어른의 건강마저 걱정스러운 지경이다. 장모님께서 암을 잘 이겨내셔서 건강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남녘의 꽃소식을 접하면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한데 꽃샘 추위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직 바깥 바람은 차갑게 느껴진다. 문득문득 차오르는 슬픔을 감추며 여러모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있게 마련이다. 그게 인생인 것이다. 내게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롭게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몇 주째 주말 산행을 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 가눌 길 없는데 몸마저 온전치 못하다. 허리통증으로 고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이제는 감기몸살이 찾아들었다. 예전 같으면 강의가 없는 날에 산으로 튀었을 것인데 그럴 패기도 없고 복잡한 주변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 마음 속으로만 따스한 봄볓과 청아한 공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같이 봄의 활기가 그리울 때면 이상하게도 예전에 안식년을 보냈던 벨지움에서의 봄날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주말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벼운 배낭 둘러메고 이른 아침에 기차를 탔다. 가고 싶은 곳에 가서 하루종일 봄길을 거닐 수 있었다. 브뤼셀에서 루벤까지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서 이어지는 시골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디낭, 나뮤르, 리에쥬 같은 아름다운 도시를 품고 있는 뮤즈강변에서 생동하는 봄 풍경을 만끽하며 트레킹하던 그때가 그립다. 선택받지 못했던 당시의 사진들을 들춰보며 추억에 젖다보니 울적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 벨지움 루벤의 숙소 앞마당에 피었던 꽃이 한참 동안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는 장모님께서 이 꽃처럼 생기 있는 모습으로 쾌차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연구소 근처에 자리한 아렌베르그 성 주변의 풍광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 루벤 근교엔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숲이 많았다. 가족들이 마차를 타고 산책하는 정겨운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 부뤼셀 한인교회 앞의 떼뷰런 숲은 광활했고 숲속에서 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 벨지움 시골길을 걷다보면 흔히 만나게 되는 풍경이다.


▲ 떼뷰런 숲속에서 큰 나무 아래에 자라는 들꽃을 보는 재미가 좋았다.


▲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때가 되면 꽃은 피기 마련이다. 


▲ 큰 나무들 아래에 초원처럼 펼쳐진 꽃밭이 마음에 들었다.


▲ 떼뷰런 공원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아직 봄은 이른 듯한데 자세히 보면 봄을 준비하고 있는 식물들을 느낄 수 있다.


▲ 유럽의 초원은 우리와 달리 겨울에도 파랗다. 아마도 잔디의 품종이 다를 것이다.


▲ 주일 예배를 마친 오후에 떼뷰런에서 루벤까지 몇 차례 걸었던 코스는 자전거 하이킹으로도 더없이 좋은 곳이다.

드고르델루트(De Gordel route)는 매년 열리는 유명한 사이클 대회의 코스임을 알려주는 표지판.    


▲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가를 걷는 순간은 정말로 기분이 평화롭다.


▲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오솔길도 정겹다. 디낭 인근의 산책로이다. 


▲ 벨지움의 농촌 주변은 마을 사람들이 산책하기엔 공원보다 좋은 환경이다.


▲ 우리네 논두렁 밭두렁과도 닮아 있는 오솔길은 일부러 포장하지 않고 고운 자갈길로 조성한 정성스런 손길을 엿볼 수 있었다. 


▲ 자연스레 시냇물이 흘러가는 유려한 곡선을 따라가는 이 길이 오늘따라 사무치게 그립다. 


▲ 아름드리 나무들이 가로수처럼 도열해 있는 이 길로 예전엔 마차가 다녔을 것이다.


▲ 봄 햇살을 즐기며 이 길을 산책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 걷기 좋게 조성된 길을 가다보면 간간히 만나게 되는 숲속의 호수들도 여간 아름다운 게 아니다.  


▲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시냇물에 휴지 조각 하나가 없을 정도로 깨끗한 걸 보면 벨지움이 선진국임을 깨닫게 된다.


▲ 개인 소유의 목장을 가로지르는 시냇물은 산책로와 잠시 멀어지기도 한다. 


▲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은 바쁘겠지만 하이킹하는 사람의 눈에는 그야말로 목가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 우리나라와는 달리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인 벨지움에서는 평탄한 숲길이 끝없이 펼쳐진다.


▲ 봄볕 받으며 풀을 뜯고 있는 양과 거위들의 신세가 부럽다.


▲ 시냇물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는 아무리 다시 보고 다시 걸어도 질리거나 물리지 않을 것 같다. 


▲ 불어권 벨지움 왈로니아 지역의 주도인 리에쥬의 공원 풍경이다.


▲ 내가 방문했을 때 리에쥬 공원에는 자목련이 한창이었다.


▲ 리에쥬 시내를 흐르는 뮤즈강변에서 봄볓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 뮤즈강변의 아름다운 도시인 나뮤르에는 멋진 성이 있다. 벨지움의 국민스포츠는 사이클이다.


▲ 나뮤르 성을 오르다가 바라본 뮤즈강의 풍광이다. 


▲ 뮤즈 강변에 홀로 피어 있던 양귀비꽃이다.


▲ 길을 걷다가 만나는 들꽃은 항상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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