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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숲길과 우이천 벚꽃길 - 2025년 4월 11일(금)

내일부터는 세찬 바람이 부는 요란한 비가 내려서 봄꽃들이 모두 떨어질 거라는 일기예보를 접한다. 다행히 오늘은 강의와 특별한 일정이 없고 날씨까지 화창하다고 하니 그간 맘 놓고 즐겨 보지 못한 봄꽃 구경을 나가보기로 한다. 아내와 함께 화랑대역에서 이어지는 경춘선숲길을 걷는 것으로 봄나들이를 시작한다. 철도공원을 거쳐 담터마을까지 옛 철길을 따라 조성된 도보길을 왕복하고, 중랑천변의 월계역 근처에 자리한 경춘선숲길 출발점까지 걷는다. 내친김에 우이천벚꽃길도 구경하고 오패산자락길을 거쳐 수유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오늘의 대장정을 마무리 한다. 만보기는 3만보를 훌쩍 넘었다. 15km 이상은 너끈히 걸은 듯하다. 꽃향기를 따라서 충분히 걷고 화사한 봄꽃들의 향연을 원없이 즐긴 하루가 감사했다.

국내트레킹 2025.04.11

인수봉 - 2025년 4월 9일(수)

이틀 전인 월요일부터 인수봉 바윗길이 열렸다. 올해 들어 첫 인수봉 등반을 나서는 터라 살짝 설레는 마음이다. 하루재를 향해 오르는 등로에서 진달래, 개나리, 노랑제비꽃이 차례로 반겨준다. 하루재를 넘어서자 나타난 인수봉의 우람한 자태는 여전하다. 크로니길 아래의 베이스캠프에 올라서기까지가 버겁지만 기분만은 상쾌하다. 기범씨의 지도로 구선생님과 나의 장비를 세세히 점검하고 오토블록(Auto-Block) 매듭을 이용한 하강법을 정확히 익히는 것으로부터 등반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인수B길 항아리 크랙 좌측의 스플릿터(Splitter) 크랙까지 등반했다. 마지막으로 베이스캠프 위의 직상 크랙에서 톱로핑으로 크랙등반 자세를 연습했다. 좌측의 슬랩에서 연습하기 위해 기범씨가 두 줄로 구축해 놓은 톱로핑 시스템에서..

암빙벽등반 2025.04.11

수락산 대주암장 - 2025년 4월 6일(일)

금요일인 그저께 점심시간엔 동료 교수들과 캠퍼스를 산책하면서 봄꽃을 구경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어제는 하루종일 봄비가 내렸다. 제법 많이 내린 비는 두세 시간만에 둘레길 우중 산행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오늘은 비가 멎었으나 아침부터 구름 낀 하늘로 시작했다. 수락산 벽운계곡 주변은 진달래꽃이 한창이었다. 지난 겨울에 남양주시 청학리에서 수락산 정상을 찍고 배낭바위 능선으로 하산하면서 둘러본 적이 있는 대주암장을 찾아가는 발걸음은 힘겹지만 처음으로 등반할 암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은 설렌다. 발목이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동행해준 은경이와 암벽에서는 항상 믿음직한 기범씨가 함께 오붓하게 팀을 이루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대주산악회 회원분들이 우리보다 일찍 오셔서 종일토록 베이스캠프를 정..

암빙벽등반 2025.04.07

수락산 내원암장 - 2025년 4월 2일(수)

이번 학기엔 수요일에 강의와 회의, 세미나 등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무엇보다 한적한 수요일에 암벽등반을 즐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 기대감은 현실로 다가왔다. 올해의 첫 수요등반을 수락산 내원암장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인수봉과 선인봉 등 북한산 일대의 암벽장들은 봄철 해빙기 이용 금지 기간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기범씨, 구선생님,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팀을 이루었다. 평일이라서 다른 팀들이 안 올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많은 클라이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고교 동문산악회에서 단체로 오신 김선생님도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등반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예상보다는 잘 오를 수 있었다. 그만큼 등반이 즐거웠던 하루였다.

암빙벽등반 2025.04.02

수락산 봄꽃과 함박눈 - 2025년 3월 29일(토)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가 반가울리 없는 토요일 아침이다. 계절을 역행하는 쌀쌀한 날씨와 경북지역의 큰 산불로 인해 선뜻 산에 갈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주말산행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집을 나선다. 당고개역에서 학림사 진입로를 따라 수락산에 든다. 길가에서 만개한 진달래꽃이 반겨주는 가운데 때아닌 눈송이가 하나 둘 휘날린다. 귀임봉에서 도솔봉으로 향하는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눈발은 짙어진다. 한겨울의 눈보라처럼 시야를 가릴 정도의 함박눈이 쏟아진다. 수락주릉에 올라서서 덕릉고개 방향으로 꺽는다. 눈보라를 정면에서 맞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불암산 둘레길에 접어드니 언제 눈이 내렸나 싶게 평온한 봄날이다. 변화무쌍한 일기 탓에 겨울과 봄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산행이었다.

국내트레킹 2025.03.29

남산자락숲길 - 2025년 3월 28일(금)

어느 가을날 버티고개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오르면서 반대 방향은 서울숲까지 길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언젠가는 한 번 걸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버티고개에서 개나리산으로 유명한 응봉산을 거쳐 서울숲에 이르는 이 코스는 요즘같은 봄철이 제격일 듯했다. 아내와 함께 서울식물원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6호선이 버티고개역을 통과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 즉흥적으로 이 길을 걸어보기로 결정했다. 이 둘레길의 정확한 명칭은 '남산자락숲길'이다. 오늘은 버티고개에서 매봉산과 금호산을 거쳐 무학봉까지 걸었다. 기대한 대로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한창이었다. 내친 김에 서울숲까지 가면서 응봉산 일대의 개나리축제도 둘러보고 싶었으나 일몰시간이 가까워지고 도심을 통과하는 구간이 많아 신당역에서 ..

국내트레킹 2025.03.29

서울식물원과 궁산 - 2025년 3월 28일(금)

사계절 중에서 봄은 아마도 가장 기다려지는 계절일 것이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뎌내느라 움츠렸던 생물들이 활기를 되찾는 계절이기에 봄은 여느 계절보다 더 큰 기대감을 품고 있다. 유난히 변덕스런 날씨 탓에 올해는 봄이 올듯 말듯 밀당을 하는 형국이다. 봄을 기다리는 조바심의 근원은 어서 빨리 봄꽃을 보고싶은 욕구이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화원에서라도 봄의 따스한 기운을 먼저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서울식물원을 찾아갔다. 강서구 마곡동의 한강변에 드넓게 자리한 서울식물원에서 비로소 환한 봄을 맞이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식물원과 궁산을 잇는 둘레길을 발견하여 소악루와 겸재정선미술관을 구경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이었다.

국내트레킹 2025.03.29

선인봉 '박쥐-표범-청악' - 2025년 3월 22일(토)

비로소 기다리던 따스한 봄날이 도래했건만 개강 이후의 과로가 누적된 탓인지 내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오늘 등반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망설이면서 스스로도 반신반의 하게 되는 복잡한 심경이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 그저 악우들 얼굴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약속 장소인 도봉산 광륜사삼거리에 약속 시간인 08시 직전에 도착한다. 그런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은경이는 나보다 더 몸이 안 좋아 보인다. 곧이어 기범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정시에 도착하니 반가운 마음에 두 약골들은 잠시나마 생기를 되찾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맞이한다. 기범씨와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줄을 묶는 날인 만큼 몸이 좋지 않더라도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활력을 되찾아 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어프로치..

암빙벽등반 2025.03.23

원주 여심바위 - 2025년 3월 15일(토)

지난 주말에 가기로 하고 날씨 탓에 실천하지 못 했던 원주의 여심바위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왔다. 종일토록 흐릴 거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의외로 햇살이 좋아서 충분히 봄날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처음에 응달진 루트에 매달렸을 때만 해도 바위가 차가워서 손이 시려울 정도였으나, 두어 차례 오르내린 후에는 괜찮아졌다. 암장 주변을 흘러가는 강물의 반짝이는 윤슬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비록 둔한 몸짓으로 만족스러울 만큼의 등반은 아니었지만 '봄길'을 유유자적 걷는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오를 수 있었다.

암빙벽등반 2025.03.16

강마을 봄나들이 - 2025년 3월 14일(금)

오늘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제 수학의 날(International Day of Mathematics, IDM)'이다. 원주율 파이(π, pi)의 근사값인 3.14에서 유래한 날짜인 것이다. 젊은 친구들에겐 화이트 데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날이지만, 수학을 전공한 우리 부부에겐 수학의 날로 기념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아무려면 어떤가? 수학의 날에 수학자들은 쉬어야 한다는 논리와 화창한 날씨를 핑계 삼아 아내와 함께 모처럼 봄마중을 나가보기로 한다. 오랜만에 팔당호반의 다산유적지와 양수리 일대를 돌아보는 드라이브 코스를 다녀오기로 한다.  아직 눈에 띄는 봄풍경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꽃망울이 영글어 가는 산수유와 갯버들을 보면서 봄이 무르익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양지바른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나의 이야기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