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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적봉 '뫼우리1', '반도A' - 2025년 9월 21일(일)

어제 인수봉을 등반했던 멤버 5명에 이집트에서 휴가차 귀국한 정우씨가 합류하여, 6명의 악우들이 아침 8시에 도선사광장주차장에 모였다. 우리 주변엔 이른 아침 시간부터 등반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눈에 띄었다. 도선사를 거쳐 용암문을 통해 노적봉 남면으로 접근했다. 대부분의 등반 루트가 시작되는 노적봉 남서면 맨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고, 남벽의 3분의 1 높이 정도 되는 써제이길 출발점 아래에서부터 바위사면을 횡단했다. 중간에 반도A길 확보점을 거쳐 코바위 좌측 아래의 수풀지대인 테라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기범씨는 최근 정비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코바위 좌측 사면의 크랙 루트인 '뫼우리2'를 등반할 계획인 듯했으나, 크랙에 물이 흘러서 등반이 불가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 대안..

암빙벽등반 2025.09.22

인수봉 '아미동', '짬뽕' - 2025년 9월 20일(토)

주말 날씨는 9월 들어 비가 내리는 싸이클로 변한 듯하다. 어젯밤에도 예보대로 어김없이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아침 7시 즈음까지 비는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이럴 땐 틀려도 괜찮겠다 싶은 일기예보가 잘도 들어맞는다. 날씨 문제와 대구에서 어렵게 합류하는 달래씨의 도착시간을 감안하여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 오전 10시에 우이동에서 악우들을 만났다. 오늘은 추석 연휴 기간에 다녀오기로 계획한 중국 칭다오 등반여행팀이 처음으로 뭉치는 날이다.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우이동에서 올려다 본 북한산 일대는 짙은 구름 속에 잠겨 있었다. 하루재를 넘어서니 약하기는 하지만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과연 인수봉 등반이 가능할까 싶은 마음으로 크로니 루트 앞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거의 모든 바위가 젖어 있었지만 ..

암빙벽등반 2025.09.22

벨지움 겐트의 운하

벨지움 출장을 다녀온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돌이켜 보니 벨지움 겐트대학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온 출장은 나에게 잠시나마 한국의 무더위를 잊고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의 초가을 같은 날씨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겐트라는 도시가 주는 인상이 참 좋았다. '플랑드르 역사의 심장' 또는 '중세 시대의 맨하탄'이란 별칭이 잘 어울리는 겐트는 벨지움이란 나라가 제 2의 고향처럼 익숙한 나에게도 여러 가지 면에서 신선한 감흥을 안겨주었다. 겐트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인상에 남는 순간 속엔 늘 운하가 있었다. 운하를 따라 도시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겐트의 유서 깊은 면면들을 발견하고, 운하와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의 특별한 생활상을 구경하는 ..

해외여행기 2025.09.17

불암산 피크암장 - 2025년 9월 10일(수)

불암산 주능선은 서울시와 남양주시의 경계선을 이룬다. 서울에 살고 있는 나는 불암산에 갈 때 주로 상계역이나 불암산역(구 당고개역)을 기점으로 삼는다. 서울시 상계동에서 주능선 너머에 있는 남양주시 지역의 천보사와 불암사를 거쳐 다시 서울시 지역으로 넘어오면 아담한 불암산에서도 제법 알찬 당일 산행을 경험할 수 있다. 피크암장을 가기 위해서는 남양주시에 속하는 불암사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예전 같은 산행 열정이었다면 당연히 상계역에서 깔딱고개를 넘어 암장으로 진입했을 것이다. 오늘은 수요등반팀과 불암사 주차장에서 9시에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차를 가져갈 수 밖에 없었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집에서 태릉을 거쳐 불암사까지 이동하는데, 출근시간대와 겹치는 바람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

암빙벽등반 2025.09.11

인수봉 동남벽 - 2025년 9월 3일(수)

휴가나 방학은 항상 빛의 속도로 사라진다. 개강 직후엔 달라진 생활패턴 탓에 몸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쇠퇴한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개강 첫 주인 이번 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몸이 가라앉은니 그렇게 좋아하던 수요등반마저 거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소신으로 썩 내키지 않는 마음이지만 물 먹은 솜처럼 처지는 몸으로 기범씨가 이끄는 인수봉 등반에 따라나서기로 한다. 수동적인 자세로 오늘 등반에 임하는 나와 달리 대구에서 첫차를 타고 서울까지 와서 인수봉 등반에 합류한 건우씨의 열정과 패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크로니길 출발점에서 우측의 직상크랙을 올라서서 정상까지 피치마다 길게 길게 끊어..

암빙벽등반 2025.09.05

북한산 '응봉능선-비봉능선-대남문' [2025년 8월 30일(토)]

요즘 돌발적으로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면 계절은 아직도 한여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오전에 비 예보가 있어 암벽등반은 다음으로 미루고 북한산 도보산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타고 하나고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은평한옥마을에 들어서는 것으로 오늘의 걷기를 시작한다. 진관사 경내를 구경하고 내려와 삼천사 입구를 통해 응봉능선에 오른다. 진관사에서도 응봉능선으로 향하는 등로가 있으나, 때마침 공사중이라 출입통제 상태였다. 둘레길로 내려와 한참을 돌아서 응봉능선 등산로에 들어설 수 있었다. 도중에 세찬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운 좋게도 지붕이 있는 쉼터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응봉능선 중간에서도 세찬 소나기를 두 차례나 만나야 했다. 한 번은 절묘하게 비를 피할 수 있는 바위처마 아래에서 쉬던 중 ..

국내트레킹 2025.08.31

인수봉 '벗', '은정' - 2025년 8월 27일(수)

두 달 넘게 공백기를 가진 수요등반팀이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그간 기범씨는 한 달 남짓 일정의 알프스 등반을, 구선생님은 코트디브와르와 이디오피아 의료봉사를 각각 다녀왔다. 어제와 그제 내린 비로 인해 인수봉 동벽 오아시스 주변 바위는 많이 젖어 있었다. 동벽 맨 우측으로 이동하여 '벗'길을 3피치까지 등반한 후 점심을 먹었다. 오후엔 '은정'길 세 피치를 등반했다. 두 루트 모두 고난도 슬랩과 페이스 구간이 즐비하여 입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힘에 부쳤다. 모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었으나, 늦더위는 사리지지 않은 날씨였다. 그래도 선선한 가을날이 서서히나마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어서 힘든 중에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오늘의 등반이었다.

암빙벽등반 2025.08.28

강촌 '전망대 릿지' - 2025년 8월 23일(토)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 처서인데 열대야는 멈출 줄 모르고, 새벽 공기 속에서도 상쾌한 기운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밤새 식지 않은 열기로 후텁지근한 대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처서(處暑)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는 시기를 의미하는 절기라고 하는데, 가을의 기운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이른 아침인 07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강촌으로 향한다. 구 강촌역에 주차하고 '전망대 릿지' 등반을 위해 어프로치를 시작한다. 그늘진 숲속은 시원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높은 습기 탓에 온몸이 금방 땀에 흠뻑 젖는다. 장비를 착용하는 중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벌레의 습격을 두 방이나 받는다. 말벌은 아닌 듯하여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산모기를 비롯한 독충의 입이 ..

암빙벽등반 2025.08.24

벨지움 출장을 다녀온 소회

내가 여행자가 아닌 주민으로 등록하여 거주했던 유일한 외국이 바로 벨지움이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는 파견연구원 신분으로, 첫 안식년이던 2010년엔 방문교수 자격으로 각각 벨지움 루벤에서 살았었다. 2010년 전까지는 두세 차례 벨지움 출장을 더 다녀온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2010년 이후로는 벨지움에 다시 갈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이번 출장이 15년만의 벨지움 방문이 된 셈이다. 겐트대학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본 벨지움의 인상은 익숙한듯 하면서도 새로운 면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벨지움 도시들의 확장과 과밀화가 눈에 들어왔다.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화와 여행객 급증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란 걸 벨지움에서도 피부로 체감할 수..

나의 이야기 2025.08.17

클라임투게더 수원점 - 2025년 8월 5일(화)

수원에 대규모 리드등반 벽을 갖춘 실내 클라이밍짐이 생겼다고 하여 나들이삼아 가보기로 한다. 클라임투게더 수원점은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근처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인 판타지움 3층에 있다. 출근시간 끝무렵에 서울 집을 출발하여 남대문세무서 앞 버스정류장에서 M5107번 광역급행버스에 탑승했다. 남산1호터널과 한남대교를 건너 논스톱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거치는 경로여서 편리하게 클라임투게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접한 클라임투게더는 지난 6월에 개장한 신생 암장답게 모든 시설이 깨끗하고 쾌적했다. All Pass 5시간권을 2만 3천 원으로 구매했다. 볼더링벽은 눈으로만 구경하고, 오토빌레이를 포함한 리드벽에서만 놀았다. 이용 제한시간인 오후 4시까지 부지런히 매달렸다. 퇴장할 때에는 체력이 거의 바닥나..

암빙벽등반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