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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웅담리 암장 - 2025년 6월 3일(화)

제 21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이른 아침에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파주의 암장으로 향한다. 오랜만의 단피치 암장 나들이가 소풍처럼 느껴진다.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한 암장 주변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준다. 익숙한 루트들에서 몸을 풀어보지만 생각만큼 가벼운 몸놀림은 아니다.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에서는 아무래도 팔힘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데, 왼손 전완근에 펌핑이 자주 오고 오른 쪽 어깨 부위의 통증이 신경쓰인다. 분주한 일정 탓에 실내암장 운동을 한달 이상 쉬었던 댓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그래도 유난히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볐던 암장에서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암빙벽등반 2025.06.04

안성 금광호수 박두진문학길 - 2025년 5월 31일(토)

푸르른 오월의 마지막 날, 안성의 큰누나네 집에서 가족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머니 생신 근처의 주말에 날을 잡아 우리 4남매의 가정이 모두 모이는 연례 행사이다. 오늘은 오후에 모이기로 하여 오전 시간엔 아내와 둘이서 누나네 집에서 가까운 금광호수 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하고, 교통정체를 피하여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청록파 시인 중의 한 분인 박두진 시인이 안성 태생이라서 '박두진문학길'로 명명된 둘레길을 걷는 시간이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연세대 교수였던 박두진 시인의 대표작인 '해'는 그 대학의 밴드였던 '마그마'가 곡을 붙여 대학가요제에서 입상하였고, 내가 대학 시절에 가장 많이 듣던 연세대의 대표적인 응원가였다. 금북정맥 탐방안내소가 있는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조형미와 조망이 우수한 하늘전망대를..

국내트레킹 2025.06.01

인수봉 남면 '써미트 슬랩', '영희야 놀자', '써미트 크랙' - 2025년 5월 28일(수)

암벽등반이 예정된 날에는 일기예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예보는 시시각각 변하는 게 날씨 생방송이 따로 없다. 이틀 전에 확인한 바로는 오늘 날씨가 맑음이었는데, 어젯밤에는 오전 한때와 오후 시간에 비가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자칫하면 피치 중간에서 비 맞은 생쥐꼴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안고 아침에 인수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마냥 가벼울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기범씨가 이끄는 수요등반에 참여하게 된 이번 봄 시즌 내내 변덕스런 주말과 달리 수요일 날씨만은 최고였는데, 그 운도 이제는 다해 가는구나 싶었다. 이럴 땐 그간의 행운에 감사하면서 다가올 현실에 대해 담담히 대처하는 마음 자세가 상책이다. 기범씨는 오늘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

암빙벽등반 2025.05.29

천등산 '어느 등반가의 꿈' - 2025년 5월 24일(토)

'어느 등반가의 꿈' 루트는 천등산의 여러 바윗길 중에서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인공암벽에서 리드 등반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던 시절에 다소 도전적이고 가슴 떨린 선등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해준 루트인 까닭이다. 내 블로그를 검색하여 2015년도 한글날에 올랐던 가슴 벅찬 등반기를 다시 읽어본 감회가 남달랐다. 엊그제처럼 선명한 기억으로 남은 그날의 등반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돼버렸다. 세월의 무상함을 뒤로 하고, 오늘은 이 바윗길을 선등이 아닌 라스트를 맡으면서 새로운 악우들과 함께 등반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새로운 추억으로 각인될 것이다. 기범씨가 선등하고 승호씨, 현수씨, 나 순서로 등반했다. 등반선이 깔끔하지 못한 1피치는 생략하고, 2피치부터 올랐다. 10년..

암빙벽등반 2025.05.25

천등산 '세월이 가면' - 2025년 5월 23일(금)

동 트기 전 새벽 5시 무렵에 집을 나선다. 원정 등반을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것이 참 오랜만의 일이다. 약속시간인 08시 30분이 안 되어 천등산 앞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곧이어 기범씨의 차가 오고, 진우씨와 유선배님이 동승한 차도 얼마 후에 도착한다. 네 사람이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괴목동천을 건너 '세월이 가면' 루트 등반에 나선다. 진우씨는 허리 수술을 받은 지 열흘 남짓 밖에 지나지 않은 몸으로 허리보호대를 착용한 상태로 오늘 등반에 합류한다. 아무리 현대 첨단 의학의 혜택으로 최소 절개 수술을 받았다고는 해도 진우씨의 등반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기범씨가 선등으로 팀을 이끌고, 내가 쎄컨을 맡았다. 다음은 유선배님과 진우씨 순서로 총 6피치의 '세월이 가면'을 ..

암빙벽등반 2025.05.25

인수봉 '여정' - 2025년 5월 21일(수)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의 오늘 순서는 '여정'이다. 그런데 '여정' 루트 앞의 베이스캠프에 도착해보니 크랙 주변이 온통 젖어 있고, 동남면 대침니에서 폭포처럼 뻗어내린 물길에선 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실 어제도 살짝 비가 뿌렸고, 어젯밤에 본 일기예보 상으론 오늘 아침에 비가 내릴 거라 했었다. 그렇게도 좋던 수요일의 날씨 운도 이제 다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살펴보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루재를 넘어서면서 바라본 인수봉은 맑은 날처럼 선명했으나, 남벽에 가까이 갈수록 바위의 많은 부분이 젖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바위 표면이 마르길 기다리면서 평소와..

암빙벽등반 2025.05.21

북한산 영봉 - 2025년 5월 18일(일)

산에 가지 않으면 억울할 정도로 화창한 하늘이었다. 아내와 함께 육모정 고개를 거쳐 영봉에 오르는 코스를 염두에 두고 집을 나섰다. 우이동에서 김밥 두 줄과 떡 한 팩을 사서 소풍가는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용덕사를 통과해서 육모정 고개에 이르는 등로는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다소 낯설었다. 상장능선의 조망터에서 간식을 먹은 순간과 영봉에 도착하여 인수봉의 전경을 코앞에 두고 맞이하는 점심시간이 더이상 좋을 수가 없었다. 개미처럼 바위에 붙어 있는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바윗길을 가늠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루트들을 등반해 보았으나,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코스들이 있다는 게 한편으론 즐거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에 이렇듯 좋은 산행지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란 걸 다시금..

국내트레킹 2025.05.18

인수봉 '아미동' - 2025년 5월 17일(토)

어젯밤 늦게까지 많은 비가 내렸다.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비는 마치 장마철인 것처럼 심야까지 지루하게 이어졌다. 오늘 등반 계획이 걱정스러울 정도였으나, 다행스럽게도 아침엔 하늘이 청명했다. 도선사광장주차장에 아침 8시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은경이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여 우리 둘이 먼저 천천히 하루재를 향해 올라가기로 했다. 구조대 앞의 갈림길에서 기다린 후 기범씨 일행과 만나서 크로니길 앞으로 이동했다. K등산학교에서 기범씨의 후배 강사로 봉사 중인 현종씨와 원석씨가 함께 했다. K등산학교는 오늘 저녁에 야영하고 내일은 졸업등반이 있는 일정이라고 했다. 기범씨 일행이 오후 시간에 일찍 하산해야 하는 관계로 '아미동길'을 후딱 해치우고, 원석씨가 줄을 걸어준 남면의 '꾸러기 합창' 루트에서 한 ..

암빙벽등반 2025.05.17

인수봉 '거봉' - 2025년 5월 14일(수)

수요일 날씨는 정말 좋다. 이는 적어도 이번 봄철엔 참인 명제이다. 주말이나 휴일에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던 올해 봄철의 변덕스런 일기를 감안하면 수요등반팀에겐 더없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인수봉 남면의 여정길 앞에 도착한 우리들의 스몰토크엔 날씨 얘기가 빠질 수 없었다. '캐리(CARI, Climbing of All Routes in Insu-peak)' 프로젝트는 기범씨의 리딩으로 인수봉의 모든 루트를 등반해보자는 우리들의 약속이다. 오늘의 캐리 순서는 '거봉길'이다. 기범씨가 선등하고, 구선생님이 쎄컨, 내가 라스트로 올랐다. '짬뽕길' 바로 우측의 직상 크랙에 붙는 것으로 '거봉길' 첫 피치 등반이 시작된다. 크랙 구간은 손홀드가 듬직해서 오를만 했으나, 둘째 피치는 배..

암빙벽등반 2025.05.16

비에 젖은 도심 산책로 - 2025년 5월 10일(토)

주말에 비가 내리는 사이클이 이번 주에도 이어진다. 등반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북한산 우중 산행이나 할까 싶었는데, 아침부터 적잖은 양의 비가 내린다. 불규칙한 산길은 우산을 받쳐들고 걷기에 불편할 듯하여 도심 속의 산책로를 길게 걸어보기로 한다.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한다. 수유동의 주택가 골목길을 통과하여 오패산자락길을 거쳐 우이천변길, 영축산자락길, 경춘선숲길을 차례로 이어서 찾아가는 재미를 맛본다. 화랑대 철도공원 카페에서 미니어처 기차가 배달해 준 음료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온다. 비 오는 날에도 큰 불편함 없이 제법 길게 걸을 수 있는 도심 속의 산책로가 많다는 게 고마운 일이다.

국내트레킹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