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 시집

빌레이 2019. 3. 8. 11:50

온 나라가 먼지 투성이다. 맑은 공기 찾아서 이민이라도 가야 할 판이다. 건조하고 답답한 날씨처럼 나의 감성이 메말라 감을 느낀다. 숨을 쉬기조차 힘겨웠던 요 며칠 동안의 미세먼지는 신체적 생존마저 위협하는 듯했다. 주변 일상이 힘들어지면 사랑, 행복, 그리움 따위의 단어들은 사치품으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삶이 힘겨워질 때 인생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된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개강으로 분주한 마음 탓에 교양서적을 차분하게 펼쳐 들 여유가 없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스러운 육체에 맑은 공기가 필요하듯, 무미 건조해진 나의 정신은 마음의 양식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허브차 한 잔을 마시며 책장을 훑어본다. 간간히 펼쳐보던 헤세의 시집이 눈에 들어온다. 추억과 그리움을 일깨워주는 시들이 많다. 헤세의 그림들로 장식된 삽화는 화보집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예전의 문인들은 요즘 말로 하면 모두 종합예술가인 듯하다. <빅톨위고의 유럽방랑>이란 책에서도 저자의 그림 실력에 감탄한 바 있지만, 헤세는 한 수 위인 것 같다.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읽으며 즐거워 하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기대감에 차있다. 청명한 하늘에 떠있는 솜털 같이 하얀 구름이 우리 삶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주는 요즘 날씨이기에 더욱 눈에 들어오는 헤세의 시 <흰 구름>을 여기에 옮겨본다.




흰 구름



아, 보라.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나직한 멜로디처럼

구름은 다시

푸른 하늘 멀리로 떠간다.


긴 여로에서

방랑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스스로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구름을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해나 바다나 바람과 같은

하얀 것, 정처없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고향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누이들이며 천사이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벚꽃과 길벚꽃  (0) 2019.04.13
봄 생각  (0) 2019.04.04
금학산 마애석불  (0) 2019.01.13
2018년 한해 돌아보기  (0) 2018.12.29
지난 여름의 아일랜드 여행을 회상하며  (0) 201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