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나무들과 주변의 북한산 자락은 어느새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어 간다. 산행하기 더없이 좋은 나날들이지만 속절없이 흘러만 간다. 직장에서의 업무도 가장 바쁜 시절이기에 산에 갈 틈이 많이 줄었다. 지난 주 토요일에도 하루종일 입시 업무에 시달리느라 산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이 좋은 날에 주말 등반을 거른다는 건 스트레스가 두 배로 쌓이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한 주간은 심신이 여느 때보다 더 많이 힘겨웠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토요일엔 악우들과 함께 등반할 시간이 주어졌다. 설악산과 대둔산을 염두에 두었으나 당일치기 등반지로는 너무 먼 거리여서 비교적 가까운 강촌의 유선대 암장에서 놀기로 했다.
새벽 6시에 서울을 출발한다. 행락철 답게 서울을 빠져나가는 도로는 새벽부터 나들이 차량들로 가득하다. 강촌엔 7시 반 경에 도착한다.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강선사로 올라간다. 오늘 멤버는 은경, 대섭, 나, 이렇게 동갑내기 친구 셋으로 단촐하다. 기송형님이 함께 하기로 약속했었는데 손가락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오지 못하셨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형님의 빠른 쾌유를 비는 바이다. 자욱한 안개가 해를 가린 탓인지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강선봉 오르는 소로를 따라서 짧은 어프로치에 나선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가을의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작년 여름에 와본 이후로 처음인 유선대 암장은 고요하다. 숲속의 참나무에서 간간히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에 놀랄 정도로 주변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주말이라서 당연히 많은 클라이머들로 붐빌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하루종일 우리 친구들이 암장 전체를 통으로 전세낸 것처럼 아무도 오지 않는 행운이 따라주었다.
오늘 하루만은 우리들 전용 암장이 되었으니 남 눈치 보지 않고 우리들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놀 수 있어서 시종일관 등반이 즐거웠다. 아주 쉬운 난이도에서 몸을 푸는 것을 시작으로 세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여유로운 가운데 등반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난이도 높은 구간은 톱로핑 방식으로 동작을 연습할 수 있으니 안전하고 유익했다. 몇 차례의 오름짓으로 몸이 풀릴 즈음 안개에 가려져 있던 햇살도 비춰 주었다. 점심 후에는 멀티 피치 등반에 나섰다. 세 마디로 이루어진 루트가 우리들의 등반 난이도에 적당하고 중간 확보점에서의 조망도 일품이어서 모두들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다. 유선대 정상에서 피치 하강 세 번으로 출발점에 되돌아 왔다. 고난도 루트에 두세 차례씩 더 매달린 후에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오롯히 우리 친구들만의 놀이터가 되었던 유선대 암장에서의 유쾌했던 오늘 하루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1. 점심 후에 따스한 햇살 받으며 멀티 피치 등반에 나서고 있다.
2. 중앙벽에서 제일 쉬운 루트에 오르는 것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3. 리드 등반으로 자일을 설치하고 몸을 풀기 위해 톱로핑 방식으로 한 번 더 오른다. 아직은 안개 속이라 조금 쌀쌀하다.
4. 친구들도 두 차례씩의 등반으로 몸을 풀고 있다.
5. 유선대 암장에서 즐겁고 유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좋은 암장을 개척해주신 춘천한빛산악회에 감사드린다.
중앙벽 앞의 공터에 우리의 아지트를 잡고 다녀간 흔적 없이 깨끗하게 놀다 왔다.
6. 세 친구가 돌아가면서 거의 쉼 없이 등반하니 비교적 알찬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7. 대섭이는 새로 구입한 멋진 암벽화가 마음에 들어서 만족스러운 눈치다.
8. 대섭이가 새로운 암벽화를 신고 등반하고 있다.
9. 이제 몸을 풀었으니 5.9 루트부터 본격적인 등반을 해본다.
10. 고난도의 중앙벽에는 쉬운 루트로 오른후 하강하면서 자일을 설치하여 톱로핑 방식으로 안전하게 즐긴다.
11. 조금 어려운 루트는 가능하면 톱로핑 방식으로...
12. 크랙을 따라가는 루트는 실내암장에서는 연습하기 힘든 구간이다.
13. 점심 식사 후에 소화를 겸한 멀티 피치 등반에 나선다.
14. 둘째 피치는 약간 오버행이지만 홀드가 양호해서 괜찮다.
15. 직벽에서의 선등은 신중하게...
16. 손홀드를 확인하고 등반 자세를 머리에 그려본 후에 신중하게 오른다.
17. 이 직벽을 넘어서면 빌레이어가 잘 보이지 않기에 더욱 조심스럽다.
18. 차분히 오르니 확실한 홀드들이 잡혀서 등반이 즐거워진다.
19. 둘째 피치 확보점에서는 삼악산과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20. 내친김에 정상에 올라보기로 하고 셋째 피치를 오른다.
21. 의암댐 아래를 흐르는 북한강과 강촌 유원지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22. 셋째 피치 초반은 비교적 홀드 양호한 직벽이다.
23. 직벽에 올라서면 짧은 오버행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24. 오버행 구간 전에 확실한 홀드를 찾아보고 있다.
25. 홀드만 잘 찾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는 오버행 구간이다.
26. 정상에 도착하니 조망도 트이고 기분이 좋아진다. 강촌역이 내려다 보인다.
27. 정상의 확보점에서 후등자 빌레이 중이다.
28. 유선대 정상에 올랐다는 인증샷을 남기고...
29. 친구들과 함께 정상 조망을 한껏 즐겨본다.
30. 예전엔 여러 코스로 자주 올랐던 삼악산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31. 60 미터 자일 한 동으로 30 미터씩 세 차례의 피치 하강을 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32. 다시 중앙벽의 루트에서 자세를 연습하고...
33. 톱로핑 방식에서는 과감하게 동작을 취해본다.
34. 어설픈 자세지만 5.11급의 고난도 루트에 붙어도 보고...
35. 마지막으로 은경이가 선등으로 설치한 루트를 두 번씩 오르기로 한다.
36. 양팔의 전완근에 펌핑이 올 정도로 대섭이도 열심히 등반했다.
37. 밸런스를 잘 잡으면 자세가 재미 있었던 마지막 루트를 오르고 있다.
38. 실내암장에서 연습했던 비슷한 자세를 취할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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