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첫 자연 바위 등반에 나선다. 겨우내 실내 암장에서만 운동하던 신체의 구석구석에 따스한 봄볕을 쬐어 생동감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한다. 화사한 자연을 벗삼아 봄내음을 한껏 들이마셔야 한다. 하지만 춘래불사춘이라 했던가, 봄이 일찍 올 것 같다가도 좀처럼 완연한 봄날씨를 보여주지는 않았던 탓에 그간 쉽사리 등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양주시 불곡산에 있는 악어의 꿈길을 자연 암벽의 첫 대상지로 결정한다. 불곡산은 워킹 산행으로 익숙한 곳이어서 지형은 손바닥 보듯 환하다. 악어의 꿈길도 예전에 악어능선으로 하산하면서 이미 눈여겨 봐 두었던 곳이다. 기영형과 대섭이는 선약이 있어서 합류하지 못했다. 기송형님과 은경이, 나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 바위를 시작하게 되었다. 양주역에 내려서 기송형의 멋진 차를 타고 대교아파트로 이동한다. 실내 암장에서 같이 운동하는 성훈씨의 팀을 양주역에서 우연히 만나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그 팀도 악어의 꿈길을 등반한다고 하여 첫 피치 출발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악어의 꿈길은 불곡산 악어능선을 따라서 오르는 일곱 마디의 바윗길이다. 산머루산다래 산악회가 개척하고 최근까지 볼트와 확보점을 보수하는 등 관리도 잘 되어 있다. 피치마다 등반 길이가 10미터에서 20미터 사이로 다소 짧다는 것만 제외하면 충분히 재미 있는 루트라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선등을 서고 기송형님이 든든하게 선등자 빌레이를 봐 주셨다. 은경이는 라스트를 맡으며 사진까지 찍어 주었다. 날씨는 그야말로 등반하기에 더없이 좋은 화창한 봄날이었다. 악어바위가 있는 넷째 마디의 봉우리부터는 제법 세찬 바람이 불었으나 등반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팀과 성훈씨의 팀 외에는 등반하는 다른 팀이 없어서 호젓하게 마음 편한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첫 나들이 등반인만큼 모든 마디가 호락호락 하지는 않았으나 자일파티의 유연한 팀웍 덕택에 안전한 등반이 이루어졌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첫 등반을 산뜻하게 해치웠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올해의 모든 등반이 안전한 가운데 더욱 의미 있는 등반으로 이어지길 기원하는 바이다.
▲ 임꺽정봉 정상으로 향하는 6피치를 등반 중이다.
▲ 대교아파트에서 악어바위 푯말을 보고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채석장. 거벽 인공등반 연습 장소로 사용되는 듯.
▲ 불곡산 둘레길을 따라서 어프로치 중인 기송형님. 작년 여름의 설악산 등반 이후 처음 줄을 묶게 된다.
▲ 아침 햇살을 받아서 밝게 빛나는 진달래 꽃이 활짝 피어 있는 어프로치 길이 상쾌하다.
▲ 악어의 꿈길 첫 피치에 있는 개념도 동판. 친절한 안내와 깔끔한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 안전을 위해 첫 볼트는 두식씨가 걸어준 상태에서 등반에 나선다.
받침돌이 구르는 바람에 본의 아닌 몸개그로 등반을 시작했다.^^
▲ 피치 초반부가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퀵드로를 잡고 일어서야 했다.
▲ 첫 피치는 5.10b 난이도에 12미터 거리로 중간 볼트는 3개이다.
▲ 둘째 피치는 일반 등로를 잠시 오르면 좌측에 있다.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 둘째 피치는 난이도 5.9에 12미터 거리의 직벽이다.
기송형님은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에 활기가 넘친다.
반대로 나는 감기 기운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서 보온에 신경썼다.
▲ 둘째 피치는 손홀드가 확실해서 등반이 즐거운 구간이다.
▲ 적당한 손홀드를 찾는 재미가 있다.
▲ 비교적 쉬운 코스지만 고도감은 있다.
▲ 기송형님이 시원한 차림으로 둘째 마디를 등반 중이다.
▲ 셋째 피치는 복주머니 바위를 올라가는 구간으로 좌우 두 개의 루트가 있다.
▲ 좌측은 5.10a, 우측은 5.10b의 난이도이다. 우리는 무심코 우측 루트를 따르다가 조금 고생을 했다.
다음에 온다면 좌측 루트로 등반해야겠다.
▲ 등반길 전체 중에서 내가 가장 어려워 했던 셋째 피치 우측 루트를 등반 중이다.
▲ 루트 초반부가 살짝 오버행의 페이스 구간이다. 할 수 없이 인공등반으로 통과했다.
▲ 셋째 피치 등반 후 하강 중이다. 하강은 악어바위 방향으로 하는 게 좋을 듯하다.
우리는 하강 후 봉우리 사이의 침니를 올라가서 넷째 피치 출발점에 도착해야 했다.
▲ 셋째 피치 출발점에서 우리의 하강 후 등반을 시작하고 있는 성훈씨 팀의 모습이 보인다.
▲ 넷째 피치 출발 직후의 모습. 악어바위가 좌측 사면에 있는 봉우리를 올라간다.
▲ 넷째 피치도 초반부가 약간 어렵다. 홀드를 잘 찾으면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뒤돌아 보면 복주머니 바위가 손에 잡힐듯 가깝다.
▲ 넷째 피치 확보점에서 15미터를 하강하면 다섯째 피치 출발점이다.
▲ 다섯째 피치는 좌측 크랙 부분으로 손쉽게 오를 수 있다.
▲ 다섯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 다섯째 피치 확보점 앞의 테라스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소 좁기는 했지만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장소였다.
▲ 악어바위 정상에 올라온 두식씨와 성희씨의 모습이 보인다.
▲ 다섯째 피치에서는 맞은편 슬랩의 확보점과 연결한 티롤리안 브릿지를 설치할 수 있다.
▲ 우리는 인원이 적어서 티롤리안 브릿지를 생략하고 클라이밍 다운으로 내려왔다.
▲ 다섯째 피치를 내려와서 조금 더 내려오면 악어바위를 구경할 수 있다.
악어와 정말 똑같이 닮아서 누가 인위적으로 조각해놓은 듯한 바위가 신기하다.
▲ 티롤리안 브릿지를 설치할 수 있는 슬랩 주변도 살펴본다.
▲ 다섯째 피치 확보점에서 조금 더 진행하면 티롤리안 브릿지를 설치할 수 있는 쌍볼트가 나온다.
▲ 일반 등로를 따라서 진행하면 나타나는 코끼리 바위. 아기 코끼리와 엄마 코끼리가 코를 맞대고 있다.
▲ 산객 한분이 쉬고 있는 공깃돌 바위를 지나서 좌측 샛길로 빠지면 6,7 피치가 나온다.
▲ 여섯째 피치 출발점이다.
▲ 여섯째 피치는 5.10a 난이도로 20미터 거리이다.
▲ 첫 볼트에 클립할 때 우측 페이스의 세로 크랙을 홀드로 사용하면 밸런스가 좋아진다.
▲ 셋째 볼트까지는 손홀드가 좋아서 발을 높이 올리면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다.
▲ 넷째 볼트 이후의 슬랩 구간은 아직 익숙치 않은 탓인지 페이스로 느껴졌다.
슬랩에서의 등반 연습이 필요하다.
▲ 손홀드가 양호하지 않은 슬랩 구간에서 잠시 망설인 후 추락하기 싫어서 볼트를 딛고 일어섰다.
▲ 기송형님이 여섯째 피치를 등반 중이다.
▲ 마지막 일곱째 피치는 비교적 쉽게 통과할 수 있다.
▲ 기송형님이 일곱째 피치를 등반 중인 모습이다.
▲ 임꺽정봉 정상 코앞의 마지막 확보점에서 안전하게 등반을 끝낸 후의 편안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해본다.
바람이 제법 세차서 그런지 얼굴이 좀 부었다.
▲ 임꺽정봉 정상에서 일반 등산로를 따라서 하산한다.
▲ 예전엔 릿지화 신고 다녔던 임꺽정봉 아래의 바위들이다.
이제는 안전한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저멀리 광백저수지도 보인다.
▲ 진달래 꽃이 활짝 핀 불곡산에서 올해의 첫 등반을 안전하게 즐겼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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