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단풍 산행의 추억

빌레이 2016. 11. 6. 15:33

가을산이 아름다운 것은 순전히 단풍 때문이다. 날마다 산에 가도 모자랄 듯한 쾌적한 날씨에 단풍으로 물든 풍광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만산홍엽(滿)이란 말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단풍은 자연의 시간에 따라 서서히 진행되는 불꽃놀이다.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잎새들을 떨궈내기 위한 마지막 의식이다. 그 의식에 참여한 이들에게 화려한 축제를 베풀어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가을엔 이 화려한 단풍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처지였다. 손가락 부상을 당해서 등반은 커녕 산책도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과거의 단풍 산행을 반추해보게 된다.        


중학교 2학년 때 갔었던 수학여행에서 내장산의 단풍을 처음으로 구경했다. 그때도 내장산에는 구름처럼 많은 인파로 붐볐었다. 한참 후인 대학원 시절에 선후배들과 함께 호남선 야간열차를 타고 다시 한 번 내장산을 찾았었다. 깜깜했던 새벽 시간부터 등산로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정상 능선에 올라서서 일출을 맞이했었다. 일출 이후에 떠오르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채를 달리하며 화려하게 반짝였던 내장산 골짜기의 단풍은 아직까지 나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애기단풍이라는 작은 이파리를 가진 아름드리 단풍나무들이 즐비해서 더욱 아름다운 내장산 단풍이다. 내장산에서 가까운 담양 추월산의 단풍도 기억에 남는다. 2007년도에 대학원 연구실 제자들을 데리고 추월산에서 호젓한 가을 산행을 즐겼던 상쾌한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도 내게는 설악산 단풍이 으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을 설악산으로 갔었다. 그때 한계령을 넘어가면서 보았던 설악의 첫 단풍이 진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로 설악산을 자주 다니게 되었다. 2005년도에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오색에서 대청봉을 지나 천불동 계곡으로 하산했을 때의 단풍 산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암벽등반에 빠져든 이후로는 설악의 숨겨진 비경에 더욱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등반에 막 입문했던 초창기인 2010년도에 몽유도원도와 유선대를 등반할 때 보았던 단풍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에도 단풍이 아름다운 골짜기는 많다. 최근에는 특별한 목적지나 루트를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산길을 걷는 재미가 여간 좋은 게 아니다. 산속을 헤메이듯 거닐다가 우연히 만나는 화려한 단풍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 오색에서 대청봉을 넘어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오던 2005년도의 설악산 산행이 기억에 남는다.


▲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했던 그날의 산행은 흐린 날씨에 비도 내렸지만 단풍 때문에 힘을 낼 수 있었다.


▲ 2007년도에 담양의 추월산에서 본 단풍. 연구실의 제자들과 목포대 학회에 참석하러 가던 길에 들렀었다. 


▲ 추월산에서도 내장산에서 본 애기단풍의 화려한 자태를 볼 수 있었다.


▲ 2010년 설악산 몽유도원도 등반을 마치고 대승령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보았던 단풍 골짜기, 주걱봉, 한계령의 운해가 특별했다.


▲ 암벽등반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설악산 단풍은 더욱 아름답다. 2010년 몽유도원도 등반 중의 풍경. 


▲ 2010년도 설악산 유선대를 등반할 때 본 단풍.


▲ 지난 해(2015년도)의 가장 기억에 남는 등반이었던 대둔산 꿈길 등반로 초입의 풍경.


▲ 작년(2015년도)에 도봉산의 등산로 곳곳을 넘나들면서 만난 단풍. 


▲ 작년(2015년) 가을에 북한산 신동엽길을 등반하면서 만났던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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