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Imitation game)>을 감명 깊게 보았다. 최근의 강의 시간에 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컴퓨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튜링머신에 대한 언급을 하던 중 학생들로부터 이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영화를 꼭 감상하고 싶다는 바램을 갖고 있었다. 집에 설치된 IPTV에 때마침 이 영화가 업로드 되어 있었다. 반짝 할인 기간이어서 단돈 천 원을 투자하고 저녁 시간에 가족들과 함께 시청하게 되었다.
나의 직업상 앨런 튜링의 수학적 업적에 관한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앤드루 호지스의 원작을 모튼 틸덤 감독이 영화로 만든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에 관련된 배경 지식을 갖고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 개괄적으로 알고 있던 튜링의 일대기를 정말 박진감 있는 스토리 전개와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황의 사실적인 재현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집중할 수 있었다.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뿐만 아니라 소품과 배경 하나 하나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세세한 부분까지 내 눈을 만족시켜 주었다. 영화의 원작이라는 <Alan Turing: The Enigma>도 꼭 한 번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위대한 수학자들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41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할 수 밖에 없었던 튜링의 일생도 결코 행복한 인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 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보여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평범함의 입장에서 불행했다는 것이 특별한 한 개인의 일생을 단순하게 재단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천재들의 삶과 일반인들의 삶에 대한 평가를 다수결 투표로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한 세계를 보았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해냈던 튜링의 일생을 결코 단순한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생각은 고호나 베토벤의 일생이 꼭 불행한 삶이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경에 관한 단상 (0) | 2016.11.16 |
---|---|
단풍 산행의 추억 (0) | 2016.11.06 |
몽블랑(Mont Blanc) (0) | 2016.10.21 |
시냇물 (0) | 2016.10.02 |
[독후감] 김용태 교수의 <중년의 배신>을 읽고 (0) | 2016.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