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무의도 하나개 해벽 - 2026년 4월 19일(일)

빌레이 2026. 4. 19. 21:09

무의도는 이제서야 벚꽃이 한창이었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암장으로 가는 둘레길 주변도 서울보다는 시절이 조금 늦은 듯했다. 아직까지 진달래꽃이 시들지 않았고, 제비꽃과 각시붓꽃 등속도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 바닷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오전 9시 즈음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수 있었다. 기석형은 하나개 암장이 처음이고, 지선씨는 등반 교육생 시절에 한 차례 왔었다고 했다. 오늘의 하나개월(애스트로맨월) 중앙부는 정말 많은 클라이머들로 북적였다.

 

우리팀 4명은 바다쪽 데크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3개 루트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우측부터 '별천지(5.10b)', '2월 29일생(5.10b)', '정다운(5.10b)' 루트를 차례대로 올랐다. 어수선한 중앙벽엔 붙지 않기로 하고, 동굴처럼 아늑한 호룡골로 이동하여 '황발이(5.9)'와 '무늬밭(5.8)' 2개 루트를 등반한 후,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가졌다. 오후엔 까치놀골과 샛골에서 '꽃놀(5.8)', '청다리(5.10b)', '왕눈물(5.10c)', 3개 루트에 매달린 후,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오후 3시 즈음에 갈무리를 서둘러야 했다.

 

2024년 6월, 미국 서부와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떠나기 직전에 윤선생님팀과 함께 등반했을 때, 커다란 낙석이 발생했던 까치놀골에선 오늘도 자잘한 낙석이 있었다. 석식 장소로 점찍어 두었던 데침쌈밥집은 때마침 브레이크 타임 중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대안으로 기영형이 소개시켜 준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의 횟집으로 갔다. 그 곳에서 먹은 물회와 해물라면 맛이 일품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소주 한잔 기울인 기석형이 읊어 준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묘비에 새겨진 문구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문학 얘기 나눌 수 있었던 뒷풀이 시간 또한 더없이 풍성했다. 등반의 만족감과 함께 옛 추억을 곱씹으며 여유롭게 봄나들이 다녀온 듯한 감사함이 넘친 하루였다.        

▲ 무의도의 봄꽃은 서울 도심보다 늦은 듯했다.
▲ 바닷물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한 시간이어서 모래사장으로의 어프로치는 불가해 보였다.
▲ 해벽으로 향하는 둘레길에서 오랜만에 각시붓꽃을 만났다.
▲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순간 바닷물은 데크길 근처에서 넘실거렸다.
▲ 베이스캠프의 돌틈 사이에선 노랑현호색이 앙증맞은 자태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 하나개월 맨 우측면 바닷가 방향의 '별천지(5.10b)' 루트부터 올랐다.
▲ '별천지'는 아직은 하단부가 젖어 있어서 첫 볼트를 클립하기까지 특별히 긴장해야 했다.
▲ '2월 29일생(5.10b)' 루트를 등반 중이다.
▲ 내가 '정다운(5.10b)' 루트를 오르는 동안 바로 우측에서 기석형이 '2월 29일생'을 등반하는 중이다.
▲ 은경이가 '정다운(5.10b)' 루트 초반부의 오버행 구간을 오르는 중이다.
▲ 하나개월의 메인 섹터는 오늘 하루 종일 많은 클라이머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오후에 이곳에 붙어볼 생각이었으나, 밀물 시간이 예상보다 빨라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 동굴처럼 아늑하고 아무도 없는 호룡골로 이동하여 오롯히 우리만의 등반을 즐길 수 있었다.
▲ '황발이(5.9)' 루트를 오르고 있다. 하단부가 젖어 있어서 첫 볼트에 클립하기까지 긴장해야 했다.
▲ '황발이'는 상단으로 올라갈수록 홀드가 양호해진다.
▲ 내가 좌측에서 '무늬밭(5.8)'을 오르는 동안 우측에서 지선씨가 '황발이'를 등반 중이다. '무늬밭'의 첫 볼트에 클립하는 게 '황발이'보다 오히려 까다로웠다. 자연바위에서 난이도는 숫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 호룡골은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등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이트이다.
▲ 호룡골의 안쪽엔 오버행 구간이 포함된 고난도 루트들이 있는데, 반드시 낙석 위험에 대비해야만 한다.
▲ 우리가 점심을 먹으러 베이스캠프에 복귀할 때까지도 하나개월의 중앙벽은 빈 루트가 거의 없었다.
▲ 한가로운 점심시간 후에 까치놀골로 이동했다.
▲ 소화 등반으로 제격인 '꽃놀(5.8)' 루트부터 올랐다.
▲ '꽃놀'은 식후 등반으로 더없이 좋은 루트이다.
▲ 우리가 '꽃놀'을 오르는 동안 다른 팀이 와서 '까치놀' 루트에 매달렸는데, 그 곳에서 자잘한 낙석이 발생했다.
▲ 우리는 까치놀골 바로 우측의 샛골로 이동하여 '청다리(5.10b)' 루트에 줄을 걸었다.
▲ '청다리'는 중단부까지 홀드가 양호한 편이었고, 톱앵커 직전이 조금 까다로웠다.
▲ '왕눈물(5.10c)' 루트는 밑에서 보는 것보다 오를만해서 재미있는 루트였으나, 밀물이 들어오고 있어서 나 혼자만 급히 톱로핑으로 맛을 볼 수 밖에 없었다.
▲ 밀물은 순식간에 들어오기 때문에 곳곳에서 싸이렌과 경고 방송이 들려왔다
▲ 하나개 해수욕장은 때이른 초여름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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