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입구의 숙소에서 새벽부터 일찍 서두른 덕택에 우리팀과 홍클팀 모두가 자신들이 선택한 천등산 바윗길에 일착으로 붙을 수 있었다. 우리팀은 괴목동천을 건너면서 올려다보았을 때 맨 좌측 릿지에 속하는 '한번쯤' 루트를 오르기로 했다. 기영형네 팀이 '한번쯤' 바로 우측에서 나란히 이어지는 '세월이 가면' 루트를 등반했고, 동석씨네 팀이 우리팀 바로 좌측에서 올랐다.
'어느 등반가의 꿈', '세월이 가면', '한번쯤', 이렇게 세 루트는 나란히 진행하면서 종착점을 공유하는 멀티피치 바윗길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두 개 루트는 올라본 경험이 있으나, '한번쯤' 루트는 이번에 처음으로 등반하게 되었다. 총 6피치 중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마지막 한 피치를 제외한 다섯 피치는 나름대로 특색 있고 등반성 좋은 바윗길이란 느낌이었다. 첫 등반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개념도를 면밀히 숙지하지 않은 탓에 3피치와 4피치를 구분하지 않고 한 마디로 올랐던 것은 나의 불찰이었다. 그 바람에 확보를 보던 기석형의 시야가 가려져 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운 구간을 길게 등반해야 했던 행동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네 악우들 모두가 안전하게 '한번쯤' 등반을 마무리하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만족감은 매우 컸다. 두 차례의 30미터 하강과 한 번의 60미터 하강으로 베이스캠프에 귀환하여 점심을 먹은 후에는 하늘벽 위쪽의 단피치 사이트에서 등반했다. 최근에 홍대클라이밍센터의 윤길수 선생님께서 개척하신 8개의 싱글피치 루트들 중 아래쪽에 있는 '할만해(5.10a)', '사랑해(5.10b)', '그만해(5.10b)' 루트를 차례로 올랐다. 세 루트 모두 25미터 남짓의 짧지 않은 길이로 다양한 동작을 요하는 스포츠클라이밍 루트여서 오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멀티피치 등반을 끝내고 내려와서 조금 아쉽다 싶을 때 마무리 운동삼아 오르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새벽부터 서두른 덕택에 07시 30분 즈음에 괴목동천을 건널 수 있었다.▲ '한번쯤' 루트는 맨 좌측의 도드라진 릿지를 따라 이어진다.▲ 어프로치는 괴목동천을 건넌 후 좌측의 고정 로프를 따라서 올라가면 된다.▲ '한번쯤' 1피치는 완만한 슬랩으로 시작하여 두 개의 오버행 턱을 오르는 것으로 구성된다.▲ 1피치 두 개의 오버행 구간은 모두 홀드가 좋아서 재미 있게 오를 수 있었다.▲ 좌측이 '한번쯤'이고, 우측의 사선크랙이 '세월이 가면' 루트이다.▲ 1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 중이다.▲ 우리팀의 1피치 확보점 좌측에서 동석씨네 팀이 '벽이벽' 루트의 확보점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2피치 초반부를 올라서고 있다.▲ 2피치는 홀드를 찾으면서 오르는 재미가 쏠쏠했던 구간이다. 바로 우측에서 기영형네 팀이 '세월이 가면' 루트를 오르고 있다.▲ '한번쯤'은 오버행 아래에서 좌측으로 꺽이고, '세월이 가면'은 오버행 턱을 넘어서는 등반선이다.▲ 우리가 2피치 확보점에 모였을 때, 다른 팀들이 속속 뒤를 이어서 바윗길에 붙었다.▲ 초반에 사선으로 진행하는 3피치를 출발하고 있다.▲ 트래버스 구간을 지나서 소나무 뒤로 올라가면 선등자는 확보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소나무를 지나서 골짜기에 진입했을 때, 우측의 확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게 나의 불찰이었다.▲ 4피치 확보점에서 내려다본 장면인데, 기석형이 등반 중인 날등의 페이스 구간을 볼트따기로 올랐었다. 바로 우측 라인에도 볼트가 있었는데, 그 곳을 따라 올라선 다음에 등반자들이 모여 있는 우측 벽의 확보점에서 3피치를 끊었어야 했다.▲ 결과적으론 3피치와 4피치를 매우 어려운 라인으로 등반하는 바람에 악우들 모두가 힘겨워 했다.▲ 5피치는 직벽의 크랙을 따라 이어지는 자연스런 등반선인데, 첫 볼트만 넘어서면 그 후로는 즐겁게 오를 수 있다.▲ 크랙을 따라서 좋은 홀드들이 이어져 등반이 즐거운 구간이다.▲ 5피치도 3개의 루트가 나란히 진행한다. 좌측부터 '한번쯤', '세월이 가면', '어느 등반가의 꿈' 순서로 볼트가 이어진다.▲ 5피치 확보점에서 후등자 확보중이다.▲ 라스트를 맡은 은경이가 마지막 6피치 구간을 걸어서 올라오고 있다.▲ 로프 회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30미터 2번, 60미터 1번의 하강으로 베이스캠프에 귀환했다.▲ 점심 후에는 하늘벽 위쪽의 단피치 루트 3개를 올랐다. '할만해(5.10a)'를 등반 중이다.▲ '사랑해(5.10a)' 루트를 오르는 중이다. 루트 중간의 크럭스 구간에서 포옹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야 해서 붙여진 명칭일 거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사랑해' 루트의 크럭스 구간에 진입하기 직전이다.▲ 마지막으로 '그만해(5.10b)' 루트까지 등반하고 마무리지었다.▲ 기영형네 팀은 더 위쪽의 고난도 루트에서 등반했다.▲ 보람찬 천등산 등반을 마치고 괴목동천을 건너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