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들어 처음으로 대섭이와 함께 줄을 묶었다. 기범씨와 내가 이어오던 인수봉 평일 등반에 대섭이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인수B'길 출발점에서 50미터 직상 크랙을 올라서서 '아미동'길 세 피치를 완료한 후, '여정'길의 마지막 피치를 거쳐서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 셋 외에는 아무도 없는 인수봉 정상에서 기범씨표 에스프레소 커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잠시 동안의 망중한을 즐겼다. 서면 하강포인트에서 60 미터를 하강한 후에는 남면의 '여정'길 첫 피치에서 크랙등반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하루종일 구름 낀 하늘 아래 연무 가득한 대기가 확 트인 조망을 방해했지만 인수봉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습도가 높아서 간혹 미끌리는 구간이 있었지만 등반 하기엔 나무랄 데 없는 환경이었다. 완력이 좋은 대섭이는 처음 매달린 '여정'길에서 충분히 발전 가능성 높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멀티피치 등반으로 몸이 풀린 후라서 그런지 나도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게 '여정'길 첫 피치를 완등할 수 있었다. 은연 중에 나의 등반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음을 감지한 즐거움이 있었던 등반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줄을 묶어온 대섭이가 합류하여 다시금 바윗길에서 함께 할 시간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무엇보다 기뻤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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