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빙벽등반

인수봉 '인수B-아미동-여정-정상' (2020년 7월 2일)

빌레이 2020. 7. 2. 20:35

올해들어 처음으로 대섭이와 함께 줄을 묶었다. 기범씨와 내가 이어오던 인수봉 평일 등반에 대섭이가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인수B'길 출발점에서 50미터 직상 크랙을 올라서서 '아미동'길 세 피치를 완료한 후, '여정'길의 마지막 피치를 거쳐서 정상에 도착했다. 우리 셋 외에는 아무도 없는 인수봉 정상에서 기범씨표 에스프레소 커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잠시 동안의 망중한을 즐겼다. 서면 하강포인트에서 60 미터를 하강한 후에는 남면의 '여정'길 첫 피치에서 크랙등반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

 

하루종일 구름 낀 하늘 아래 연무 가득한 대기가 확 트인 조망을 방해했지만 인수봉엔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습도가 높아서 간혹 미끌리는 구간이 있었지만 등반 하기엔 나무랄 데 없는 환경이었다. 완력이 좋은 대섭이는 처음 매달린 '여정'길에서 충분히 발전 가능성 높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멀티피치 등반으로 몸이 풀린 후라서 그런지 나도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럽게 '여정'길 첫 피치를 완등할 수 있었다. 은연 중에 나의 등반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음을 감지한 즐거움이 있었던 등반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줄을 묶어온 대섭이가 합류하여 다시금 바윗길에서 함께 할 시간이 많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무엇보다 기뻤던 하루였다.      

 

▲ 올해들어 처음으로 함께 등반한 대섭이가 기범씨의 확보를 받고 인수봉 정상에 올라서고 있다.
▲ 첫 피치는 '인수B'길 50미터 직상 크랙을 올라서는 루트이다.
▲ 대섭이가 첫 피치 확보점에 올라서고 있다.
▲ '아미동'길 첫 피치 초반부에 누군가 제거해버린 볼트 자국이 남아 있다.
▲ '아미동'길 두 피치를 한 번에 올라서서 확보 중인 기범씨의 모습이 보인다.
▲ '아미동'길 2피치의 크랙 구간을 이제는 즐겁게 오를 수 있다.
▲ 손홀드가 안 좋은 벙어리 크랙에서는 손을 깊게 찔러 넣어 째밍을 확실히 하면 자세가 좋아진다.
▲ 크랙이 끝나고 시작되는 슬랩구간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이 구간은 왼발에 체중을 확실히 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 '아미동'길 2피치 확보점에 모여서 인증컷을 남겨본다. 기범씨는 팔이 길어서 셀카를 잘 찍는다고 자랑질이다.ㅎㅎ
▲ '아미동'길을 끝내고 작은 오아시스에서 잠시 간식을 곁들인 휴식을 취했다.
▲ 좌측으로 '하늘'길과 '여정'길 후반부가 이어지는 인수봉 남동면 윗 부분이다.
▲ 정상으로 가기 위해 '여정'길 마지막 피치로 향하고 있다.
▲ '여정'길 5피치 확보점 근처를 오르고 있는 기범씨의 모습이 보인다.
▲ '여정'길 5피치 확보점에서 올려다 본 6피치 구간이다.
▲ '여정'길의 종착점인 6피치 확보점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정상으로 향했다.
▲ '여정'길 6피치 확보점에서 영봉 방향으로 본 풍경. 연무가 자욱했다.
▲ 인수봉 정상에서 바라본 만경대와 백운대. 평일의 산객들이 제법 많았다.
▲ 인수봉 정상에서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 서면에서의 60미터 하강도 오랜만이다.
▲ '여정'길 왼쪽의 물길은 비가 오면 폭포로 변할 것이다. 이곳엔 아직까지 물이 흐르고 있었다.
▲ '여정'길 첫 피치에서 크랙등반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