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빙벽등반 약속이 잡혀서 오늘은 집에서 책이나 읽으면서 쉴까 하다가 비 개인 뒤의 신선함에 이끌려 뒷산으로 향한다. 어느 산을 갈까 망설일 때 복잡한 생각 없이 발길을 옮길 수 있는 동네 뒷산이 있어서 다행이고, 그 산이 북한산이라서 더욱 좋다. 간밤에 봄비처럼 흠뻑 내린 비가 산하를 깨끗이 청소해 놓았다. 산행 코스도 고민하기 싫어서 익숙한 칼바위 능선과 대동문을 거쳐 소귀골로 하산한다. 스티브님과 함께 했던 새해 첫 산행코스와 비슷한 경로이다. 칼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의 자태가 오늘따라 유난히 깨끗하게 보인다. 간밤의 비에 씻긴 바위 표면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우이동으로의 하산 코스로 소귀골 계곡은 진달래 능선보다 좋은 점이 많은 듯하다. 비 온 뒤의 신선함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오롯히 품고 있는 소귀골 계곡의 풍경이 오늘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도 언제나 끊임 없이 새롭게 변하고 있는 자연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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