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 2025년 5월 2일(금)

빌레이 2025. 5. 3. 09:58

어제는 근로자의 날이라서 쉬는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나는 예정된 강의를 진행하느라 평소와 다름 없는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내일부터는 4일 동안의 황금 연휴가 찾아온다. 주말 이후로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날의 대체공휴일이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기예보는 연휴 시작일부터 비가 올 거라 한다. 오늘은 맑은 하늘이라 하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 할 산행을 오늘 가기로 작정한다. 날씨같은 자연현상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니 순응하는 것이 상책이다.

 

봄나들이를 겸하여 아내가 가본 적이 없는 축령산에 올라보기로 한다. 내심 서리산 정상부의 철쭉군락지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기를 바랐으나, 일주일 정도는 더 기다려야 철쭉꽃이 만개할 듯했다. 해발고도 8백 미터가 넘는 서리산 정상부의 진달래꽃은 끝물이고 철쭉꽃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머금고 있는 상태였다. 그나마 축령산자연휴양림 정원 곳곳에 화려하게 만발한 철쭉꽃이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축령산자연휴림의 제2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축령산과 서리산 정상을 모두 밟는 일주코스를 반시계 방향으로 걷는 원점회귀 루트를 따랐다.

 

수리바위와 남이바위를 거쳐서 북한산 백운대(836.5m)보다 높은 축령산 정상(887.1m)에 이르는 구간은 생각보다 힘겨웠다. 중간 중간 시야가 트이는 테라스에서의 시원한 풍광이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아내가 준비한 정성어린 도시락 덕택에 평온한 정상에서 가진 점심시간이 행복했다. 축령산 정상에서 서리산으로 연결된 능선길은 천상의 산책로가 따로 없었다. 어느 여름날에 무수히 많은 하얀나비들이 밤하늘의 별 무리처럼 산길 주변을 수놓던 꿈결같은 순간의 추억이 되살아 나는 길이었다.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에 아내와 함께 5시간 30분 동안 축령산과 서리산의 숲 속에서 생동하는 봄기운을 폐부 깊숙히 느낄 수 있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보낸 하루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