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일본 다테야마 종주 트레킹 - 둘째 날] - 2018년 8월 20일(월)

빌레이 2018. 8. 23. 14:12

산행 경로 : 라이쵸산장(雷鳥莊: 2450m) → 무로도다이라(室堂平) → 이치노코시산장(一ノ越山莊: 2700m) → 오야마(雄山: 3003m) 정상 신사 → 오난지야마(大汝山: 3015m) → 후지노오리다테(富士ノ折立: 2999m) → 마사고다케(眞砂岳: 2861m) → 벳산(別山:2880m) → 츠루기고젠고야(剱御前小舍: 2760m) → 라이쵸산장(雷鳥莊: 2450m).


숙소인 라이쵸산장에서 아침 5시 기상, 6시 조식, 7시 출발이다. 오늘 산행은 무로도 고원을 둘러싸고 있는 다테야마 영봉들을 등반하고 산장으로 귀환하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산행 거리는 약 10 킬로미터에 이르고, 8시간 이상이 소요될 예정이다. 어제 걷지 않았던 미쿠리가이케 연못 주위를 돌아나간다. 무로도 평원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다. 근처 산장에 며칠 기거하면서 날마다 배회하듯 산책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찾아든다. 다테야마 산군을 잇는 하늘금에서 유난히 움푹 패인 부분의 고갯마루인 이치노코시를 향한 오르막길이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길고 힘겹게 느껴진다. 티 없이 맑은 대기와 큰 나무가 없는 알파인 지대의 특성 탓에 평소 한국의 산을 오르면서 가졌던 거리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치노코시 산장에 오르기 직전 아직까지 녹지 않고 있는 눈 위를 두 차례 지나간다. 여름철에 눈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이채롭지만 가파른 설사면이기에 조심스레 통과한다. 고갯마루에 자리한 산장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주변 풍광을 즐긴다. 야리가다케와 오쿠오다카다케를 비롯한 일본 북알프스 산군이 지척이고, 맑은 날은 후지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다테야마를 일본의 3대 영산으로 꼽는 이유는 오야마 정상에 있는 신사 때문이라고 한다. 이치노코시에서 오야마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너덜지대로 오늘의 산행 코스 중 가장 힘겨온 험로 구간이다. 오야마 신사에서 컵라면 하나로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고 한참을 쉬어간다. 오야마에서 다테야마의 주봉인 오난지야마까지의 능선길은 좌우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조망을 만끽하며 천천히 걷게 된다. 험로를 힘들게 올라온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인 것이다.      


다테야마 주릉을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 트레킹 코스에서 하일라이트는 오야마(3003 미터)에서 오난지야마(3015 미터)를 거쳐 벳산(2880 미터)에 이르는 구간일 것이다. 이 구간의 초반부에서는 진행 방향의 좌측으로 무로도 고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야 속에 들어오는 푸른 초원과 알파인 호수들이 정말 아름답다. 우측으로는 우람한 구로베댐이 가로막고 있는 코발트빛의 커다란 호수가 내려다보인다. 다테야마의 최고봉인 오난지야마에서 후지노오리다테와 마사고다케를 찍고 벳산에 이르는 능선은 여느 사막 한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이채롭다. 능선 주변의 푸른 빛깔은 사라지고 황량한 사막지대의 모래언덕처럼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감아도는 마루금의 모양은 단순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등산로 바로 아래로는 잔설이 남아있는 설사면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 모습을 보면서 이곳이 사막이 아니고 높은 산이란 점을 깨닫게 된다는 것 또한 특이하다.


벳산 정상에서는 츠루기다케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낯낯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설악산처럼 츠루기다케는 일본 알파인 등반의 요람이라고 한다. 간식을 먹으며 한가롭게 바라보는 츠루기다케의 모습 속에서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 정선이 그린 <금강전도>가 떠오른다. 겹겹히 쌓여 있는 세모꼴의 바위 군상이 우리의 설악이나 금강산에서 본 그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상 때문일 것이다. 츠루기다케 바로 앞에 자리잡은 캠핑장에서 야영하면서 알파인 스타일로 츠루기다케를 등반할 기회가 온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램도 가져볼만큼 뛰어난 풍광이다. 이치노코시처럼 움푹 패인 고갯마루인 츠루기고젠고야 산장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하산길에 접어든다. 가파른 하산길은 예상보다 지루하고 산행 막바지에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운무 속에서 비를 만나 조금은 힘겨웠지만 금세 산장에 도착하여 온천욕을 즐길 수 있었으니 이 또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천상의 능선길을 걸으며 다테야마 산군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환상적인 산행이었다.     


1. 오야마에서 오난지야마로 가는 길 좌측으로 펼쳐지는 무로도 고원의 풍광이 아름답다.


2. 라이쵸산장을 출발하여 무로도 고원으로 향한다. 어제 보았던 아름다운 습지가 왼쪽에 나타난다.


3. 지옥계곡의 유황가스도 아침 시간엔 잠잠해지는 듯하다.


4. 다테야마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인기있는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5. 미쿠리가이케 연못을 어제와는 반대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


6. 미쿠리가이케 연못 위에는 또다른 작은 연못이 숨겨져 있다.


7. 무로도 고원을 통과하여 이치노코시 고개를 향한다.


8. 이치노코시로 가는 길 중간에 만나게 되는 만년설이다.


9. 한글로 표기된 표지판이 반갑다. 이웃처럼 가까운 나라에서 서로 사이 좋게 지내면 더욱 좋을 것이다.


10. 이치노코시 직전에서 제법 그럴싸한 설사면을 다시 한 번 만난다.


11. 겨울철에는 수십 미터까지 눈이 쌓인다는 다테야마 산군에서 만년설을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12. 무로도 고원의 미쿠리가이케 연못을 줌인 해 보았다.


13. 이제 이치노코시 고갯마루가 손에 잡힐듯 가깝다.


14. 이치노코시 산장이 내려다보인다. 오야마 정상까지 가파른 경사면의 너덜지대를 올라야 한다.


15. 험로를 오르는 중에는 쨍한 햇빛보다 구름이 더 반갑다.


16. 길을 분간하기 힘든 곳에는 붉은색 페인트로 등로를 알려주기도 한다.


17. 힘겨운 오르막 길에서는 낮은 곳에 엎드린 들꽃이 더욱 반갑다.


18. 오야마 정상부에 위치한 신사 앞마당에서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는다.


19. 오야마 신사 앞마당 아래로는 설사면이 펼쳐진다. 겨울철에는 알파인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20. 오야마 정상부의 표지석이다.


21.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신사는 기도처로 입구에서 500엔의 입장료를 받는다. 


22. 오야마에서 오난지야마로 향하는 능선길이다.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23. 다시 구름은 걷히고 무로도 고원이 또렷히 보인다.


24. 무로도 고원을 내려다보는 풍광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25. 다테야마 주릉에서는 전망이 좋아서 저절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26. 우리가 걸어온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7. 능선길 너머로는 구로베댐과 호수가 보인다.


28. 다테야마 산군의 최고봉인 오난지야마(3015 미터)가 멀지 않다.


29. 오난지야마 정상 팻말을 들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곳은 협소하다.


30. 오난지야마 정상에서는 구로베댐으로 생겨난 호수가 더욱 잘 보인다.


31. 오난지야마 바로 밑에 위치한 산장이다.


32. 오난지야마 산장의 출입구는 어릴적 '점방'이라 불렀던 구멍가게를 생각나게 한다.


33. 협소한 오난지야마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는 모습이 재미있다.


34. 후지노오리다테에서 마사고다케를 거쳐 벳산 방향으로 가야한다.


35. 후지노오리다테에서 마사고다케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사막처럼 황량하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36. 부드러운 곡선의 단순미와 초록이 사라진 황량함이 이채롭다.


37. 일본 중부의 산악지방인 중앙알프스와 남알프스로 이어지는 산군이 보인다.


38. 사막을 걷는 듯한 능선길이지만 우측으로는 설사면이 길게 이어진다. 


39. 등산객들이 개미처럼 작아보이는 것으로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


40. 능선길에서 벗어나 중턱을 트레버스하는 루트도 있지만, 우리는 능선길로 간다.


41. 우리나라 산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라서 그런지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능선길이다.


42. 안전해 보이는 산길이지만 자칫하다 바람에 휩쓸리면 설사면에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43. 후지노오리다테와 벳산 사이의 봉우리인 마사고다케.


44. 마사고다케에서 벳산까지 이어지는 주릉도 사막처럼 황량하다.


45. 능선길 아래로는 빙하 설사면이 길게 이어진다.


46. 단순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걷는 재미도 있다.


47. 오르막길이 힘겨운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48. 벳산도 큰 봉우리이기에 마지막 오르막 부분은 된비알이다.


49. 오르막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뒤돌아 보면 걸어온 길이 빤히 보인다.


50. 보이는 하늘금은 벳산에서 츠루기고젠고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51.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벳산 정상이다.


52. 일행들이 벳산 정상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53. 벳산 정상이 지척이다.


54. 뭉툭한 모양의 봉우리인 벳산 정상이다.


55. 벳산 정상에 서면 츠루기다케의 웅장한 모습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56. 벳산에서 츠루기고젠고야로 가는 능선길이다.


57. 저 앞에 아스라히 보이는 산장이 츠루기고젠고야 산장이다.


58. 능선길 우측으로 펼쳐지는 츠루기다케와 그 앞에 자리한 산장과 캠핑장의 모습이 보인다.


59. 내일 걸어갈 방향의 산골짜기에는 아직까지 많은 눈이 남아 있다. 거대한 공룡새의 발자국 같다.


60. 츠루기고젠고야 고갯마루에서는 츠루기다케와 반대편 무로도 고원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61. 이제 능선에서 벗어나 라이쵸산장으로 가는 하산길에 접어든다.


62. 츠루기고젠고야 고갯마루에 있는 산장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63. 라이쵸산장 아래의 캠핑장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가파르다. 이어지는 능선길은 내일 걸어갈 구간이다.


64. 하산길 막바지에 비구름이 몰려와 시야를 가렸지만 무사히 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