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첫날인 삼일절이다. 우리 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 의사를 세계 만방에 알린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이다. 오늘부터 대체공휴일로 지정된 월요일까지 3일 동안의 연휴가 이어진다. 개강 직전에 맞이한 황금 연휴인 것이다. 포근한 봄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만한 남녘으로 2박 3일 일정의 등반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작은 소망은 불순한 일기 탓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서울을 탈출하고픈 욕망을 조금이나마 채워보기 위해 가까운 포천의 운악산을 찾기로 한다.
모든 시설이 깔끔하게 개선된 47번 국도변의 운악광장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잔뜩 찌푸린 하늘이었다. 하지만 최고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돈다는 예보에 걸맞게 춥지 않은 기운 속에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행을 출발할 수 있었다. 제법 가파른 궁예능선으로 오르면서 비아페라타(Via Ferrata) 등반을 흉내내고 싶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충족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 안식년이 될 내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여러 궁리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알프스에서 유명한 비아페라타 코스들을 등반하겠다는 것도 내년의 소원 목록(wish list)에 들어있다.
궁예능선의 암릉에 글루인으로 단단히 박혀있는 디귿자 모양의 홀드는 비아페라타 루트의 그것들 만큼이나 듬직하고 견고했으나, 삭을대로 삭아서 하얀 먼지가 묻어나는 나일론 로프는 많이 아쉬웠다. 반영구적인 쇠줄(wire rope)로 교체한다면 더욱 안전한 암릉길 등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잔설이 많은 등로는 아이젠을 착용하기도 어중간한 상태가 이어졌다. 아직 산속은 겨울의 흔적을 떨쳐버리지 못한 형국이었다. 대안사(구 대원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산길이 미끄러워 예상보다 길고 지루한 하산길이었다. 한겨울의 눈산행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산행이랄 수도 없는 어정쩡한 산행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골산인 운악산의 매운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대로 괜찮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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