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부터 6일 동안 이어진 설날 연휴 기간과 주말 사이에 낀 금요일인 어제는 사실상의 휴일 같은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하루 휴가를 내면 최장 9일 동안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집 뒤로 북한산둘레길과 같은 길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9코스를 걸었다. 그런데 눈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내렸다. 더 길게 걷고 싶었으나 둘레길을 얕잡아 보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탓에 화계사 일주문에서 탈출해야 했다. 오늘은 눈산행을 염두에 두고 잘 준비하여 관악산과 호암산 둘레로 이어진 서울둘레길 11코스와 12코스를 걷기로 한다.
사당역 4번 출구에서 관음사로 향하는데 예전의 기억과 달리 관음사 경내를 거치지 않는 경로로 이정표가 안내한다. 별 생각 없이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막 산길을 올라가 돌탑이 모여 있는 곳에서 한숨 돌리면서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인증 스탬프 찍는 곳을 지나친 듯한 예감이 든다. 스탬프가 별거냐며 그냥 진행하자는 아내를 잠시 기다리게 하고 나 홀로 다시 내려와서 관음사 입구의 빨간 우체통을 발견한다. 관음사 담장에 균열이 생겨 임시 우회로를 만들어 놓았는데 정작 우회하는 지점에서는 인증 스탬프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백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안내문 한장을 더 붙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고 괜한 헛걸음을 하게 만든 둘레길 관리 주체에 대한 불만이 싹트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관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서 벗어난 서울둘레길은 상대적으로 호젓하면서도 아이젠을 착용하고 걷기에 더없이 좋은 상태라서 비로소 걷는 즐거움이 찾아든다. 누군가 눈을 깨끗하게 쓸어 놓은 캠핑테이블에 아내와 마주 앉아 내가 만든 오트밀 건강빵과 함께 한 커피타임이 소확행이었다. 설날 직후라서 그런지 우리 집안 족보 속의 조상님인 강감찬 장군을 모신 사당인 안국사가 있는 낙성대공원을 둘러본 시간 또한 뜻깊었다. 서울대 정문을 지나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서 12코스의 시작을 알리는 인증 스탬프를 찍고 팔각정에서 점심을 먹은 후 호암산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봄과 여름에 걸었던 적이 있는 구간을 겨울철에 다시 걸으니 또다른 정취가 느껴졌다. 오후의 햇살이 포근했던 호압사를 지나 석수역에 도착하니 허리에 뭉근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마음은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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