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25

북한산 칼바위 - 2024년 5월 31일(금)

기상 후에도 누적된 피로가 풀리지 않아 몸이 영 개운치 않다. 이럴 땐 산에 가야한다. 조식 후에 아내와 함께 북한산 칼바위에 올랐다. 5월의 마지막 날 무성한 숲의 모양새는 이미 한여름이다. 후드티셔츠와 색안경이 자외선으로부터 내 몸을 잘 보호해 주는 듯했다. 칼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은 으뜸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빛나고 있는 삼각산과 도봉산의 잘 생긴 봉우리들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대동문에서 소귀천계곡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탁족하며 쉬어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우이동에서 시원한 콩국수를 사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북한산이 곁에 있어 가능했던 치유의 순간들이 감사했다.

국내트레킹 2024.06.03

운악산 출렁다리와 현등사 - 2024년 5월 25일(토)

운악산에 출렁다리가 생겼다고 하여 진즉부터 구경하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기회가 닿았다. 몸살감기 기운을 떨쳐내지 못한 몸이 무거워 강촌에서의 암벽등반을 일찍 접고 남은 오후 시간에 운악산을 찾은 것이다. 출렁다리는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현등사 진입로 위를 가로질러 놓여 있는 위치부터가 억지스러웠다. 눈썹바위를 다녀와서 현등사 경내를 구경하는 시간이 좋았다. 풍성한 꽃무리를 피워낸 수국과 찔레꽃이 한창이었다. 발 아래에 앙증맞게 피어난 바위채송화와 초롱꽃이 예뻤다. 한국 최초라는 적멸보궁도 구경할 수 있었다. 싱그러움 가득한 현등사 계곡을 산책했던 순간이 피로에 지친 심신을 치유한 소중한 시간으로 남았다.

국내트레킹 2024.05.26

도봉산 [우이암-오봉-송추폭포-우이령] - 2024년 5월 15일(수)

부처님 오신 날로 모처럼 맞이한 공휴일인데 날씨는 자비롭지 않은 듯하다. 지난 토요일과 비슷하게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다. 암벽등반은 무리라는 생각에 우중 산행을 각오하고 도봉산을 길게 걸어보기로 한다. 우이동에서 07시 30분에 악우들을 만나 원통사로 향하는 등로에 들어선다. 나의 오래된 아지트인 우이능선의 테라스에서 한참을 쉬어간다. 우이암에서 등반 중인 클라이머들을 구경하면서 도봉주릉에 올라선 후, 오봉으로 향한다. 오봉샘 아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오봉 정상에 오른다. 하산길은 송추폭포를 지나는 숲이 우거진 계곡길로 잡는다. 송추유원지의 음식점에서 인삼튀김을 먹고싶었던 소원은 성취하지 못하고, 대신 해물파전과 감자전에 막걸리 한사발을 걸친다. 길 가던 나그네가 주막집을 들러 쉬어가는 듯한 여..

국내트레킹 2024.05.15

불암산 정상에서 수락산 정상까지 - 2024년 5월 11일(토)

토요일이라 산에 가야 하는데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자연스레 암벽등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짜증내지 않고 날씨에 순응하여 이참에 도보산행 체력을 길러보기로 마음 먹는다. 6월 말에 떠날 요세미티 원정 등반을 위해서라도 강인한 산행 체력은 필수적이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체력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상계역에서 08시에 출발하여 불암산자락길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코스를 택한다. 불암산 정상을 찍고 주능선에서 덕릉고개로 내려서기 전 봉우리에 올라 점심시간을 갖는다. 점점 세차지는 바람 속에서 덕릉고개를 건너 수락산으로 접어든다. 수락주릉의 서울시 쪽은 바람이 세찼으나, 반대편 남양주시 방향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세찬 바람 속에 노출되어 있는 수락산 정상을 빠르게 통과하여 내원암 방향으로 하..

국내트레킹 2024.05.15

월곡산 아카시아 꽃길 - 2024년 5월 3일(금)

화창한 날씨에 모처럼 아내와 함께 평일 오전부터 동네 산책길에 나섰다. 집을 나와서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창문여고 아래의 방천시장 입구까지는 골목길을 따라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걷는 재미가 있었다. 레트로 감성으로 리모델링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성북구 월곡산 일대에 잘 조성된 오동근린공원의 자락길을 찾아갔다. '오동근린공원'이란 명칭이 익숙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가까운 강북구 오패산 주변에도 '오동근린공원'이 있었다. '북서울꿈의숲'을 사이에 두고 같은 명칭의 공원이 두 개 있으니 처음 접하는 이들에겐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법하다. 성북구 오동근린공원의 자락길은 월곡청소년센터와 월곡초등학교를 잇는 1.32km의 무장애 데크길이다. 월곡청소년센터 쪽의 입구엔 최근에 들어선 오동숲속도서관이 멋들어진 모..

국내트레킹 2024.05.05

불암산 슬랩 산책 - 2024년 3월 10일(일)

주일예배에 다녀온 후 오후 시간엔 실내암장에서 가볍게 운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제 산행에서 먼지 쌓인 등산화를 세척하는 동안 아파트 베란다로 쏟아지는 햇볕이 너무나 화사해서 별안간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새로 구입한 릿지화의 접지력 테스트나 하자는 요량으로 간만에 불암산 슬랩을 걸어보기로 결정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불암산 자락길을 통과하고 헬기장으로 향하는 슬랩을 찾아서 오른다. 양지바른 곳의 생강나무는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기세다. 릿지화 밑창의 접지력에 오롯히 의지하여 슬랩 위를 자유롭게 걷는 기분이 남다르다. 오늘 처음으로 개시한 파이브텐사의 캠프포미드 릿지화가 아직은 발을 조금 불편하게 하지만, 접지력 하나만큼은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 헬기장에서 ..

국내트레킹 2024.03.10

남양주 관음봉 - 2024년 3월 9일(토)

개강 첫 주가 흘렀다. 예년보다 한 강좌 늘어난 시간표에 적응하느라 심신이 피곤한 한주간이었다. 여유 없이 빡빡하게 짠 일정으로 알차게 다녀온 울산-영덕 1박 2일 등반여행의 피로가 겹친 탓에 내몸은 힘들어 했다. 몸살감기에 입술은 부르터서 개강 앓이를 호되게 치렀다. 주말의 암벽등반은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다. 순탄한 흙길로 길게 이어진 한적한 산길을 마냥 걷고 싶었다. 천마지맥이 먼저 떠올랐으나 아직은 눈길일 듯했다. 대안으로 낮은 언덕이 이어지는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시작하는 관음봉 등산로를 걸어보기로 한다. 어남이고개에서 출발하여 관음봉을 찍고 된봉 능선으로 하산하여 영락동산에서 산길을 벗어나 마을길을 잠시 통과하여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따랐다. 예상대로 한적하고 순탄한 흙길이 계속 이어진 오솔길..

국내트레킹 2024.03.10

영덕 축산항 죽도산 - 2024년 3월 2일(토)

영덕군 축산항에 인접한 죽도산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섬과 육지 사이의 얕은 바다에 모래 퇴적물이 쌓여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陸繫島, land-tied island)가 되었다. 영덕 블루로드 해벽에서 클라이밍을 마치고 죽도산을 산책했다. 그늘진 해벽이 쌀쌀하여 일찍 철수하고 그때까지 햇볕이 내리쬐고 있는 죽도산 전망대에서 석양을 보는 것으로 이번 1박 2일 울산-영덕 등반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었다. 하지만 죽도산 정상의 전망대는 공사중으로 통행제한 상태였다. 하는 수 없이 해파랑길에서 이어지는 죽도산 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편하게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악우들과 함께 거닐면서 등반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꽤나 운치있는 일이었다.

국내트레킹 2024.03.03

경주시 양남면 주상절리 (해파랑길 10코스) - 2024년 3월 2일(토)

우리나라에서 주상절리 해변은 제주도에만 있는 줄로 알았다. 동해안에도 현무암과 주상절리 해변이 있다는 걸 이번에야 처음으로 알았다. 파도소리길은 해파랑길 10코스인 경주 구간으로 울산시 북구 정자동에서 경주 양남면에 이르는 동해안을 잇는 도보길이다. 이 길의 후반부인 양남면의 읍천항 주변에 1.7km에 달하는 해안 주상절리군이 있다. 연휴를 맞아 울산-영덕 1박 2일의 등반여행을 온 일행들의 숙소가 울산과 영덕의 중간 지점인 경주의 읍천항에 있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와 영덕으로 출발하면서 도로 상에 있는 주상절리 안내판을 보고 잠시 들러서 구경만 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해파랑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양남면의 주상절리군은..

국내트레킹 2024.03.03

태백산 눈꽃 산행 - 2024년 2월 16일(금)

안사장님의 차에 동승하여 아침 7시 30분에 동서울을 출발했다. 제천휴게소를 지나 강원도에 접어들자 주변 경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태백산 유일사 주차장으로 향하는 2차선 도로에서 바라본 풍광은 북유럽의 어느 숲을 옮겨다 놓은 듯 다분히 이국적이다. 하루 전 내린 눈과 밤새 얼어붙은 상고대가 보여주는 순백의 향연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이 길을 달리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이번 여행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받은 듯했다. 유일사 주차장에서 일행들이 모여 태백산의 품에 들었다. 박사장님 내외분, 뷰티박, 안사장님, 나, 이렇게 5명이 오늘의 산행에 동참했다. 이상무님은 저녁 때 숙소에서 합류하기로 하셨다. 해발고도가 920m인 유일사 주차장을 출발하여 태백사와 유일사를 거쳐 장군봉 정상(1,567m)과 천제단을 ..

국내트레킹 20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