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우이천에서 도봉산으로 - 2025년 2월 8일(토)

빌레이 2025. 2. 9. 10:01

너무 추운 아침이었다. 영하 12도에 찬바람이 나부끼는 응달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듯했다. 맑은 하늘에 따뜻한 햇살이 비출 것이란 예보만을 믿고 동내의를 입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아침 9시 즈음에 빨래골에서 칼바위 능선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의 고통을 감내할 인내심이 없었다. 삼성암으로 오르던 중 후퇴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으로 나왔다. 카페들이 아직 영업 전인지라 맥도날드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오늘은 산행을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이왕 채비를 하고 나온 터라 우선은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우이천변을 걷기로 했다.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등지며 얼마 동안 걷다보니 비로소 추위가 가시고 몸이 풀리는 듯했다. 우이천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백로들이 모여 있었다. 중대백로들 무리가 무슨 반상회라도 하는 듯한 드문 광경을 구경하면서 우이동까지 걸어서 자연스레 도봉산에 접어들었다. 산길은 시종일관 아이젠을 착용해야 하는 눈길이었다. 원통사 아래의 아늑한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조금 오르다가 원통사 앞의 갈림길에서 우이암으로 오르지 않고 무수골로 하산하는 경로를 택했다. 무수골에서는 다시금 양지바른 천변을 걸었고, 도봉역 앞에서 버스를 타는 것으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지었다. 이제는 추위에 대한 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할 나이가 됐음을 실감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