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440

우이천에서 도봉산으로 - 2025년 2월 8일(토)

너무 추운 아침이었다. 영하 12도에 찬바람이 나부끼는 응달은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는 되는 듯했다. 맑은 하늘에 따뜻한 햇살이 비출 것이란 예보만을 믿고 동내의를 입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아침 9시 즈음에 빨래골에서 칼바위 능선을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몸속으로 파고드는 추위의 고통을 감내할 인내심이 없었다. 삼성암으로 오르던 중 후퇴하여 마을버스를 타고 수유역으로 나왔다. 카페들이 아직 영업 전인지라 맥도날드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몸을 녹였다. 오늘은 산행을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이왕 채비를 하고 나온 터라 우선은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우이천변을 걷기로 했다.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을 등지며 얼마 동안 걷다보니 비로소 추위가 가시고 몸이 풀리는 듯했다. 우이천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백..

국내트레킹 2025.02.09

[서울둘레길 2.0] 11코스(관악산) ~ 12코스(호암산) - 2025년 2월 1일(토)

지난 주 토요일부터 6일 동안 이어진 설날 연휴 기간과 주말 사이에 낀 금요일인 어제는 사실상의 휴일 같은 분위기였다. 직장인들이 하루 휴가를 내면 최장 9일 동안 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집 뒤로 북한산둘레길과 같은 길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9코스를 걸었다. 그런데 눈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내렸다. 더 길게 걷고 싶었으나 둘레길을 얕잡아 보고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은 탓에 화계사 일주문에서 탈출해야 했다. 오늘은 눈산행을 염두에 두고 잘 준비하여 관악산과 호암산 둘레로 이어진 서울둘레길 11코스와 12코스를 걷기로 한다. 사당역 4번 출구에서 관음사로 향하는데 예전의 기억과 달리 관음사 경내를 거치지 않는 경로로 이정표가 안내한다. 별 생각 없이 아이젠을 착용하고 오르..

[서울둘레길 2.0] 19코스(북한산 성북·강북) - 2025년 1월 31일(금)

설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어머니께서 KTX로 귀향하셨다. 우리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는 동안 아내는 효도한답시고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잘 챙겨드렸다. 그 덕분에 나도 맛난 명절 음식들로 평소보다 두 배가 넘는 칼로리를 섭취한 탓에 체중은 순식간에 2kg 가까이 불어났다. 오늘부터는 다시 건강을 생각하는 식생활과 운동 패턴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침부터 눈발이 날리는데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집 뒤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을 걷기로 한다.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서울둘레길 19코스는 아마도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산책하던 길일 것이다. 오늘은 솔샘역에서 접근하는 경로를 따라 일주일 전에 걸었던 성북구의 명상길과 강북구로 넘어오는 솔샘길에서 이어지는 흰구름길 구간을 걷기로 한다. 구름전망대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만..

불암산 애기봉과 암장 순례 - 2025년 1월 25일(토)

다음 주 월요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6일 동안 길게 이어지는 설날 연휴의 첫날이다. 어머니의 상경으로 고향집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는 명절이라서 마음은 한결 가볍다. 서울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의 교통 정체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니 멀리 가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불암산을 오르기로 한다. 상계역에서 출발하여 따스한 겨울 햇살을 마음껏 쬘 수 있는 봉우리로 향하던 중 그 봉우리 바로 아래에 자리한 '대학암장'을 우연찮게 발견한다. 한번쯤은 찾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참에 확실한 위치를 알 수 있어서 마음이 개운해진다. 작은 봉우리 꼭대기의 마당바위에 둘러앉아 아낌없이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자니 세상 부러울 것이 전혀 없다. 대학암장을 둘러본 직후라서 그런지 악우와의 대화 주제는 자연..

국내트레킹 2025.01.26

[서울둘레길 2.0] 18코스(북한산 종로) - 2025년 1월 24일(금)

아파트 창문을 통해 찬란히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더이상 좋을 수는 없다. 별안간 이 좋은 걸 답답한 실내에서만 누리고 있자니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점심을 차려 먹고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서울둘레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시계 방향 순서대로 진행한다면 사당역에서 출발하는 11코스인 관악산 구간을 걸어야 할 차례지만, 오후 시간만 허락된 상황에서 굳이 전철을 오래 타고 이동 거리가 멀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래서 집에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코스인 북한산둘레길과 겹치는 구간을 걷기로 한다. 아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포함된 곳이기도 하고, 나도 가본 적이 오래된 코스를 택했다. 집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하여 정릉천을 거슬러 올라가 북한산둘레길에 들어선 후, 명상길, 평창마..

도봉산 - 2025년 1월 4일(토)

참으로 오랜만에 기영형, 대섭, 은경, 나, 이렇게 넷이서 함께 산행을 했다. 그동안 쌓인 회포를 풀면서 도봉산에 올랐다.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우이남능선의 테라스에 둥지를 틀고 앉아 한참을 쉬었다. 시원한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하고 따스한 겨울햇살이 내리쬐어 아늑한 공간이 된 자연 속의 카페에서 좋은 사람들 사이에 정담이 오고가니 기쁨이 흘러 넘쳤다. 우이암을 거쳐 도봉주릉에 올라 자운봉, 만장봉, 신선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양지바른 쉼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정겨운 오솔길을 따라 도봉계곡을 거쳐 천천히 하산하는 발걸음이 편안했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한 공백기가 길다해도 엊그제 만난 것처럼 편안한 산우들과의 도봉산 신년 산행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트레킹 2025.01.05

북한산 - 2024년 12월 25일(수)

아기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아침이다. 교회의 성탄예배에 참석하는 게 좋겠지만, 산에 올라 답답한 심신에 해방감을 불어 넣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지난 주말까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입시 업무로 신경이 곤두 선 나날을 견뎌야 했던 탓이다. 국민대학교 정문에서 형제봉 능선을 따라 대성문에 이르는 등로를 택했다. 일선사 아래의 아늑한 공간에서 호젓한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대성문을 통과한 후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성벽길을 따라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보국문을 거쳐 대동문에 닿았다. 하산길은 진달래능선을 따라 우이동까지 길게 이어지는 오솔길로 잡았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공휴일인데도 산객은 드물었다. 5시간 정도 걸었던 북한산 산행이 조금이나마 내몸에 활력을 북돋아 주었다.

국내트레킹 2024.12.25

[서울둘레길 2.0] 10코스(우면산) - 2024년 12월 17일(화)

양재 시민의 숲에서 우면산으로 이어지는 서울둘레길 10코스를 걸어보기로 한다. 지난 주 목요일에 9코스를 끝냈으니 4일 만에 다시 찾은 '매헌시민의숲'이다. 급할 것 없으니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둘러보려 하는데 공사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다. 양재천을 건너 우면산 능선길로 진입한다. 우면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둘레길은 예술의 전당 방향으로 꺽여서 내려가는 경로이다. 최근에 완공된 우면산 자락길과 만나서 나란히 진행한다. 국립국악원 이후로 2단계 자락길 공사가 한창인 구간에서는 길을 찾는 데 잠시 애를 먹기도 한다. 사당역까지 그리 힘들지 않은 길이 편하게 이어진다. 영하 3도에서 영상 3도를 오가는 쌀쌀한 기온 속에서도 산길을 걷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딱히 할 일이 정해져 있지 ..

양주 불곡산 - 2024년 12월 14일(토)

아침에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허리가 삐끗한 것처럼 기분 나쁜 통증이 시작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요통이기에 사소한 몸동작까지도 조심하면서 천천히 산행 준비를 한다. 영하 4도에서 영상 3도 사이를 오가는 오늘 기온이 쌀쌀할 듯하여 핫팩까지 챙긴다. 양주시청에서 불곡산 등산로에 접어들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 했던 허리 상태가 체온 상승과 함께 조금은 나아지는 느낌이다. 예상보다 많은 산객들로 혼잡한 상봉까지의 등산로를 재빠르게 통과한다. 상투봉을 거쳐 낙석 흔적이 또렷한 암릉길을 타고 올라 임꺽정봉에 오른다. 확트인 조망을 감상한 후 악어능선을 따르는 하산길을 잡는다. 코끼리바위 부근의 양지바른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기암괴석들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둘레길에 ..

국내트레킹 2024.12.15

[서울둘레길 2.0] 9코스(대모산·구룡산) - 2024년 12월 12일(목)

수서역 6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우측으로 대모산 입구인 서울둘레길 9코스 초입이 보인다. 새롭게 재단장할 모양인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바로 옆의 임시 등산로 초입에서 스탬프를 찍고 능선길로 들어선다. 따스한 햇살이 간간히 비춰 주지만 대모산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벗어나 산허리길로 접어드니 응달이 많아진다. 불국사를 지나 양지바른 식탁과 벤치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구룡산 구간도 서울둘레길은 정상을 거치지 않는 산허리길이다. 능인선원의 거대한 금불상과 연화상이 나목들 사이로 반짝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산길을 벗어나 '양재시민의 숲'으로 이어지는 보도는 공사중인 구간이 많아서 둘레길 이정표를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양재천으로 흘러드는 여의천을 따라 윤봉길의사 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