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트레킹

러스킨 바위

빌레이 2011. 7. 2. 06:41

프랑스 샤모니와 스위스 쩨르마트 주변의 알프스 하이킹 여행을 다녀온지도 일년이 넘었다.

벨지움에 머물던 작년 유월 초순 8박9일 일정으로 나름 치밀한 준비 끝에 홀로 다녀온 여행이기에 아직도 모든 것이 생생하다.

샤모니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산책길에 다녀온 곳이 러스킨 바위였다. 나의 사전 계획에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던 곳이다.

샤모니 시내의 한 서점에서 구입한 <The Bilble of Mont-Blanc Hiking>에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고 러스킨 바위를 다녀오게 되었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19세기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이며, 몽블랑을 관조하면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러스킨 관련 서적을 검색하다 보니 유럽 현대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한 사회사상가, 예술비평가였던 것 같다.

러스킨에 대하여 아는 바 없었으나 바위에 새겨진 부조가 인상 깊었던 책 속의 사진 때문에 직접 가보고 싶었었다.

이른 아침에 찾아간 러스킨 바위는 조용히 사색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동판 부조를 바위에 새겨 넣은 조각도 훌륭하고, 이끼 낀 바위가 자연스러움을 더해주어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러스킨이란 사람이 그 바위 품에 편안히 안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내게 전해진 걸 보면

이 동판을 설치한 조각가는 분명 범상치 않은 예술적 재능을 가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바위 앞에 설치된 벤치에 앉으면 나무 사이로 몽블랑과 보쏭 빙하, 쁠랑드레귀, 에귀디미디 등이 한 눈에 보인다.

영국 사람인 러스킨이 19세기에 이 곳까지 와서 이방인으로 머물기는 그리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을 동경하는 마음은 인간 본성일 것이고, 그 본성에 충실하고자 했던 러스킨은 후세에 이름을 남겼다.

기회가 닿으면 러스킨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그 벤치에서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직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간디의 사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하니 시간 허락하는대로 러스킨에 대하여 알고싶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한편, 산에 가지 못하는 요즘 가끔씩 <The Bilble of Mont-Blanc Hiking>을 보면서 일년 전의 샤모니를 회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샤모니 부근의 지리가 아직까지 익숙해서 그런지 하이킹 트레일 하나 하나가 재미 있게 다가온다.

저자가 삼십여년 동안 실제로 가본 하이킹 루트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인지 정리도 잘 되어있고 신뢰성도 높아보인다.

운동 선수가 머리 속으로 실제의 경기를 상상하는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것처럼 이 책의 하이킹 코스를 눈으로 걷는 맛도 각별하다.

결혼 25주년인 은혼식이 되면 아내와 둘이서 알프스에 다시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때는 둘이서 이 책 속의 가장 인상 깊은 트레일 몇 개를 다녀올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란 상상도 해본다.        

 

 

1. 이른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러스킨 바위..

 

2. 러스킨 바위 뒷모습... 저 앞 벤치에 앉으면 앞산이 몽블랑..

 

3. 벤치에 앉으면 나무 사이로 보쏭 빙하와 몽블랑, 에귀디미디 등이 잘 보인다..

 

4. 샤모니 시내 서점에서 구입했던 <The Bilble of Mont-Blanc Hiking> 영문판..

 

5. 러스킨 바위는 책 속의 첫번째 트레일... 책 속의 사진들도 훌륭하고, 약도도 간결해서 보기 쉽다..

 

6.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 3국에 걸쳐있는 몽블랑 산군을 삼각형으로 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