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마터호른(Matterhorn) 이야기

빌레이 2009. 8. 26. 09:30

우리나라엔 금강산의 아름다움에 빗대어 사용된 "금강"이란 명칭이 많이 사용된다.

오대산에 있는 소금강 계곡은 금강산의 계곡을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월출산이나 대둔산을 호남의 금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내게 떠오르는 생각은 소금강, 월출산, 대둔산보다는 진짜 금강산의 아름다움이 더욱 빼어날 것이란 점이다.

 

고유명사가 대명사처럼 사용된 예는 흔하다. 짚차라 불리는 웨건형 자동차도 "짚(JEEP)"이라는 상표명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이방이라 부르는 썬글라스도 조종사들이 끼던 "레이반(Ray-ban)"이란 상표의 일본식 발음일 것이다.

금강산이란 고유명사가 남한에서 아름다운 산하의 대명사로 사용된 데는 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도 반영된 결과라 생각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원래의 고유명사가 그 분야에서 여전히 최고일 것이란 점이다.

 

그러면 아름다운 봉우리의 대명사는 무엇일까? 스위스 체르마트와 이태리 브레이유 지역에 걸쳐있는 마터호른이 그 것이다.

산악인들은 예로부터 뾰족하고 잘 생긴 미봉에 마터호른이란 이름을 많이 붙였다.

용문산 줄기에 있는 백운봉을 한국의 마터호른이라 부르고, 일본북알프스의 명봉 야리가다케를 일본의 마터호른이라 부른다.

그만큼 마터호른은 멋지고 아름다운 봉우리임에 틀림없다.   

 

도서출판 정상에서 펴낸 책 <마터호른 이야기>는 시집 같은 크기의 예쁜 디자인이 돋보인다.

마터호른이 멀리서 보면 봉우리 하나일지 모르지만 가까이 보면 거대한 산이란 걸 이 책은 보여준다.

마터호른 등정에 관한 거의 모든 기록을 아주 간결하고 정갈한 문체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 트루퍼는 마터호른 관광의 출발점이랄 수 있는 체르마트 태생이어서 더욱 마터호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책 안에 있는 흑백 산사진들은 마터호른의 아름다움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난 아직 마터호른을 실제로 보지 못했다.

스위스에는 여러 차례 가봤지만 체르마트는 외진 곳이라 그런지 좀처럼 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조만간 이 책 들고 마터호른에 가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체르마트와 가까운 대도시인 로잔에 나와 친한 브라질 친구가 살고 있어서 갈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아이거를 처음 보았을 때, 사진의 느낌보다 훨씬 웅장했던 기억이 새롭다.

마터호른은 그 기억보다 훨씬 감동적일 것이란 생각을 막연히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