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마운틴>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김선미씨의 책 <산에 올라 세상을 읽다>를 얼마 전까지 야금야금 보았다.
산악 잡지에 실렸던 27인의 인터뷰 기사를 묶어 책으로 출간했다. 각 사람에 대한 내용이 독립적이므로 한 편씩 읽을 수 있다.
나는 인터뷰 기사나 방송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기사가 그렇듯 과장되거나 외면적인 현상만을 다룬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겉으로 알려진 허상보다는 기사나 방송 중간에 언뜻 언뜻 스치는 인상을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우 조인성은 어떤 인터뷰에서 "좋은 배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게 별로 인상 깊지 않았던 배우였는데, 생각보다는 조인성이 깊이 있는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조용필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80년대에 그가 했던 인터뷰도 기억난다. 사회자가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같이 있던 다른 가수들이 좀 멋지고 거창한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조용필의 대답은 단순했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끊임없는 연습입니다"라고 답했다.
나의 뇌리에 지금까지 남아 있을 만큼 강한 인상을 심어준 말이었다.
이렇듯 인터뷰 관련 기사나 방송은 숨어 있는 이면의 모습들을 발견할 여지가 많아서 좋다.
이 책도 그런 즐거움을 선사한다. 기본적으로 산을 좋아한 사람들의 얘기여서 더욱 재미있다.
만화가 허영만, 소설가 김훈, 건축가 김원, 시나리오작가 심산, 소설가 박범신, 탤런트 손현주,
작곡가 한돌, 바둑기사 조훈현, 과학자 조장희, 경제학자 홍은주, 목사 조화순, 변호사 박원순 등이 지금 생각난다.
이 사람도 산을 좋아했었구나...라는 사실에서 일종의 동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 책은 "산이 각 사람에게 무엇일까?"란 물음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산을 대하는 태도나 습성은 이들 중 어떤 이를 닮았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나는 조장희 박사, 박원순 변호사, 탤런트 손현주, 만화가 허영만, 건축가 김원 등의 스타일에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직업이 산과 가까운 이들인 식물학자 이유미, 구호활동가 한비야, 야생동물학자 표영삼, 여행작가 이해선,
천문인 이태형 등의 산은 내게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내게 산은 너무 좋은 놀이터여서 그런 모양이다.
어쨌든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유명인들이 산을 대하는 면면들을 볼 수 있고,
앞으로 나의 산행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해준다는 의미에서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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