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가자 : 다이스님, 캐빈(인천), 모모(은경), 에이스(해식), 에코(정신), 소요산갈매기(준곤), 가우스(나), 이상 7명
- 산행시간 : 6월 27일 03:00 ~ 16:30 (식사 및 촬영 시간 포함 약 14시간 30분 소요)
- 산행코스 : 설악동-비선대-양폭산장-무너미고개-신선봉리지길-신선봉-1275봉쉼터(점심)
-1275봉정상-나한봉-마등령-비선대-설악동 하산
설악산 공룡능선을 당일로 탄다는 건 산행에 익숙한 이들에게도 그리 녹녹치 않은 일이다.
다도연가는 산에서의 다른 행위보다 산행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일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산행 태도 때문에 무박으로 공룡에 가는 것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설악은 큰 산이다. 큰 산에서 즐기기 위해선 치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짐을 줄이고 당일 산행처럼 부담없이 공룡을 즐겨보자는 것이 이번 산행을 계획한 기본 취지였다.
캐빈, 모모, 에이스, 소요산갈매기, 가우스, 이렇게 다섯 명이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출발 시간 직전에 에코와 다이스님이 참가하기로 해서 에이스와 에코의 차로 움직였다.
설악동에서 랜턴 불빛에 의지해 길을 나선 시각은 새벽 세 시 정각이다.
산 속에 들어섰는데도 열풍이 느껴지는 이상한 날씨였다. 산 아래는 열대야임에 틀림없다.
우리 일행 일곱 명만이 천불동 계곡길을 올라가니 설악을 우리가 모두 가진 기분이다.
양폭산장 부근에서 날이 밝았다. 폭포 아래에서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예전에 화채능선을 오르려다 만경대를 발견했던 그 때가 생각난다.
음폭이 있던 골짜기길을 개척하면서 파사, 캐빈, 가우스 셋이서 올랐었다.
가는 길에 금강초롱도 보았다. 불안감 속에 길을 개척했지만 만경대에서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이 꼭 그때와 같이 좋은 풍광을 얻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양폭에서 무너미고개에 이르는 오르막길이 의외로 힘겨웠다. 체력이 많이 약해진걸 느낀다.
공룡능선으로 접어드는 정규등로에서 벗어나 신선봉 리지길로 방향을 잡는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길잡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확신을 갖고 나아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설사 길잡이를 좀 잘 못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란 믿음도 안 가본 길을 갈 수 있게한 힘이다.
신선봉 리지길은 이번 산행에서 여러 가지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예전부터 설악에서 리지를 안전하게 즐겨보고 싶었다.
평범한 등로에서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앵글의 사진보다 새로운 그림을 잡고도 싶었다.
설악에 와서까지 다른 팀들과 부딪치며 산행하기 보다는 우리끼리 호젓한 산행을 즐기고 싶었다.
신선봉 리지길을 통과하면서 이 모든 것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흡족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신선봉에서 공룡능선의 정상이랄 수 있는 1275봉 휴식처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다.
모두들 씩씩하게 잘 간다. 1275봉 안부에 자리한 휴식처에서 풍성한 점심식사를 즐긴다.
에코는 가져오지 말라는 버너와 코펠을 힘들게 가져와 모두에게 훈제 오리구이를 맛보게 해줬다.
점심을 먹고 1275봉 봉우리 꼭대기를 올라볼까 망설이고 있던 차에 한 팀이 정상에서 내려온다.
바위길 코스를 유심히 보아둔 다음 올라가보니 길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북한산 향로봉이나 비봉 정도의 난이도다.
공룡능선의 꼭지점 1275봉 정상에 일곱 명 모두가 오른 것은 이번 산행의 하일라이트였다.
1275봉 정상에서의 조망은그야말로 장쾌했다.
용아장성, 화채릉, 공룡릉 등에 우뚝선 뾰족 바위들과 깊게 패인 골짜기, 그 사이에 의연하게 서있는 나무들과 푸른 숲.
조금 먼 곳엔 서북주릉과 울산암, 그리고 속초 시가지와 동해 바다가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행복하고 평온했다. 설악에 올 때마다 새로운 만족감을 선물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다시 길을 마등령 방향으로 잡는다. 나한봉까지의 산길이 지나온 길보다 더욱 힘겹게 느껴진다.
식사 후라는 점과 뜨거운 태양이 함께한다는 것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에이스는 점심 때 마신 술에 탈까지 났다.
그래도 모두 무사히 마등령에 도착하여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체력이 많이 소진된 시기의 하산길은 지루하고, 발바닥은 뜨거우며, 무릎은 시큰거린다.
그래서 그런지 마등령에서 비선대로의 하산길은 이정표에 표시된 거리의 세 배 정도는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곱 명 모두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니 마음 속엔 뿌듯함이 자리한다.
설악에서 새로운 에너지 한 눈금을 또 충전한다. 언제나 많은 것을 소리없이 내어주는 설악에 또 한번 감사한다.
다이스님은 연장자답지 않은 체력으로 항상 일행의 선두에서 우리 친구들의 귀감이 되어 주셨다.
에코는 언제나처럼 사진도 잘 찍고 산행도 제일 잘 한다. 캐빈은 든든하게 일행을 지켜주는 버팀목 같다.
에이스와 모모는 처음으로 다도와 함께한 설악의 비경에 충분히 만족한 듯 하다.
준곤이는 속초에 근무할 때도 가보지 못했던 설악을 재발견한 수확이 있었던 것 같다.
에이스와 에코는 운전까지 다 하는 강철 체력을 보여주었고,
우리의 홍일점 모모는 전혀 위축됨 없이 끝까지 산행하는 의연함을 보여주었다.
산행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각자의 역할을 백십분 감당해주었기에 더욱 값진 공룡능선 산행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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