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는데도 어제 산행의 감흥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지난 달에 아내와 올랐던 용문산 종주길의 나머지 부분을 가고 싶었다.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완전한 종주길을 완성했다는 개인적인 뿌듯함이 남는다.
용문사 관광단지와 다르게 상원사 골짜기는 한적해서 좋다.
계곡의 물소리도 시원하고 백운봉-함왕봉-장군봉-용문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전체를 올려다볼 수 있는 위치라서 더욱 마음에 든다.
백운봉에서 양평 시내와 남한강을 굽어보는 전망은 일품이었다.
양수리 수종사에서의 조망, 삼악산에서 내려다 보는 의암호 풍경에 비할만 하다.
시원한 맛은 오히려 더하다. 경기도 산행을 계획할 때 앞으로 자주 고려할 것 같다.
백운봉에서 장군봉에 이르는 3.2킬로미터의 능선길은 대단한 눈보라 속의 행군이었다.
셋이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등산로에 대한 지식으로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
동계 장비가 기본적으로 준비된 것도 주능선을 주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산에 대한 준비가 철저하면 그만큼 많은 것을 즐길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눈보라가 안경을 때리는 바람에 나는 길을 개척할 수 없어서 캐빈이 앞장을 섰었다.
캐빈도 가끔 길을 헷갈리는 듯 했지만 묵묵히 잘도 앞장서 나갔다.
여러 사람의 산행기와 지도를 머리 속에 담고 있었던 나는 길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겁나지 않았다.
혹시 길을 잃을지라도 탈출로에 대한 생각도 준비하고 있어서 내심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캐빈과 버베나에게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안전 산행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한 좋은 산행의 기억이었다.
2007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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