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염초리지에 오르고 난 후의 감상

빌레이 2009. 5. 28. 17:03

주말 북한산 바위 잔등은 인간 거미들로 가득하다.

인수봉, 숨은벽, 염초, 만경대 바윗길 마다 악우들의 발길이 머물다 간다.

도시의 일터에서 지친 영혼들이 새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마음의 때를 벗겨낸다.

 

다도연가에 몸 담은지 얼마 되지 않아 염초리지에 처음으로 올랐었다.

아마 오년 전 쯤일게다. 파사 형과의 첫 만남도 그 날이었다.

따오기 형은 우회하기를 권했었다. 원효봉까지 오른 후 파사 형이 같이 가자 했다.

파사, 캐빈, 엉뚱이, 나, 이렇게 넷이서 리지를 하고, 남은 분들은 따오기 형이 이끌고 우회했다.

 

처음 그땐 아무 것도 모르고 무조건 가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무서웠다.

바위에 많이 익숙해진 지금 지난 토요일의 염초리지는 무섭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스릴 넘치고 풍광은 좋았다. 많은 산우들과 함께하니 더욱 좋았다.

우리 산악회가 은연중 많이 발전된 것 같아 한 편으론 흐뭇했다.

 

도전하고 준비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더 많은 것을 주신다. 나는 이 것을 믿는다.

염초에서 내려다본 원효사 골짜기는 고도에 따라 녹음의 농도를 달리하고 있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초록은 진하고, 높을수록 옅어지던 초록은 아직 절반쯤에 머무르고 있다.

얼마 되지 않으면 산은 초록의 향연을 펼칠 것이다.

우리의 산행도 그와 같이 무르익고, 그에 따라 한층 더 즐거워질 것이다.

 

완벽함이란 무엇을 더할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는 말이 있다.

단순함과 완벽함이 다르지 않다는 말일게다. 하나님 지으신 자연이 바로 완벽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라는 말이 "완벽하게"와 다르지 않다. 무엇을 너무 많이 기대하지는 말자.

우리가 즐기는 것 그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자. 기술적인 완벽함에 너무 주눅들지 말자.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는 산행도 충분히 우리에게는 완벽한 몸짓이라 생각한다.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것과 그 성장을 언뜻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수유리에서 술잔 기울이며 우리는 다도연가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람쥐와 모모가 내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두서없는 이바구를 들어줘야 했다.

맞장구 쳐주던 친구들의 추임새따라 나도 신나게 지껄였다. 설악의 품 속에서 야영한 밤을 떠올렸다.

일본북알프스, 유럽알프스, 캐나디언로키, 히말라야, 뉴질랜드 밀포드사운드 등의 트레킹을 이야기 했다.

언젠가는 우리 다도연가의 이름으로 이러한 트레킹을 할 날이 올 것이다. 

꿈을 갖고 우리가 준비하다 보면 어려움도 기쁨이 된다. 난 벌써 그 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