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야구 영화 <루키>와 골프 영화 <내 생애 최고의 경기>

빌레이 2009. 6. 14. 17:18

언제부턴가 연구나 일이 바빠질 때면 좋아하는 책이나 DVD를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는 버릇이 생겼다.

일 속에 파묻혀 있을 때는 나름대로 행복하지만 문득 문득 삶이 무미 건조하다는 걸 느낀다.

스쳐지나는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외로움 같은 것일 게다.

내 삶의 건조함이나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쉬는 시간에 평소 관심가는 책이나 영화를 찜해 두는 것이다.  

 

최근에도 바쁘고 꽉 짜여진 생활을 탈출하고자 몇 권의 책과 두 편의 영화를 구매해 두었다.

이번에 산 책은 산서 네 권과 여행서 한 권이고, 영화는 DVD로 스포츠 명화 두 편을 골랐다.

일본 최고의 자유등반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청춘을 산에 걸고>를 어제부터 재미있게 읽고 있다.

오늘 새벽엔 잠이 깨어 골프 영화 <내 생애 최고의 경기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를 보았다.

 

새벽 세 시부터 혼자 깨어 영화 보는 놈도 드물지 싶다. 하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정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엄격한 계층간 신분이 존재했던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가난한 소년이 꿈을 이루는 감동적 이야기다.

어찌보면 개천에서 용나는 단순한 영웅담일 수 있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장면들은 놓치기 아깝다.

영화도 집중해서 봐야하는 이유다. 주인공 프란시스 위멧이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해리 바든을 US오픈 연장에서 이겼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진정한 실력자인 해리 바든의 태도는 영화의 격을 높여주는 듯 하다.

 

아들 녀석은 요즘 야구에 빠져있다.

나도 야구를 거의 광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피는 속이지 못한다는 속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루키(The Rookie)>를 골랐다. 마침 오늘 오후 시간이 되어 점심 이후에 둘이서 영화를 보았다.

주인공 짐 모리스는 어린 시절 야구를 무척 좋아한 선수였지만 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았었다.

마흔 살의 나이, 세 아이의 아빠가 되어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일하던 모리스는 학교에서 야구를 지도하던 중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한다. 누가봐도 불가능해보이는 그 나이에 그는 메이저 리거에 도전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다.

이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가족애, 스승과 제자들의 사랑, 이웃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이다.

 

두 영화가 너무나 비슷한 스토리지만 영화의 구성이나 완성도 면에선 <루키>가 더 좋게 느껴졌다.

두 영화의 공통점 중 나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것은 두 주인공의 아버지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꿈을 쫓는 아들에게 현실에 안주할 것을 권유하는 대부분의 아버지들과 같은 캐릭터이다.

짐과 프란시스의 아버지는 중요한 것을 할 때 좋아하는 감정에 따라 결정하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말한다.

짐의 아내와 프란시스의 엄마는 그들이 꿈을 따라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해준다.

 

아들과 <루키>를 보면서 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짐의 아버지가 현실을 보라고 충고하는 것과 반대되는 말이다. 어떤 것이 아버지로서 올바른 태도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을 기준으로 나는 아들에게 그렇게 말한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여 꿈을 포기하면 세속적인 성공을 이룰지라도 공허하고 행복하지 않을 수 있지만,

꿈을 향해 뛰는 사람은 설사 성공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후회스런 삶을 살지는 않을 거란 얘기를 아들에게 해줬다.

 

감동적인 영화 두 편을 통해서 모처럼 풍성한 주일을 보낸 것 같은 만족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