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대구 팔공산 주변 나들이 (2017년 12월 9일~10일)

빌레이 2017. 12. 11. 07:00

팔공산 무인산장은 대구 산악인들의 정성이 담겨 있는 아늑한 공간이다. 허선생님의 초대로 악우와 함께 난방 시설이 없는 그 산장의 객이 되어 지새운 겨울밤이 춥지 않았다. 말할 때마다 명사에 대한 기억력 감퇴로 고생스러운 50대의 산악인 7명이 모여서 등산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온 경험담을 나눈 훈훈한 대화 속에 매서운 추위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반갑게 다시 만난 허선생님 부부와 배선생님은 이제 오랜 지기처럼 살갑고 편하다. 처음 만난 정선생님과 신선생님 또한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의 산줄기를 세세히 꿰뚫고 계신 정선생님의 구수한 입담과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으로 모두를 즐겁게 해주신 신선생님의 솜씨는 잊을 수가 없다. 낭만적인 그 밤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되게 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낮시간에 걸었던 팔공산 인봉 주변의 산길과 새로 개통된 팔공산터널 너머의 돌담 마을 풍경도 아련하다. 흐린 날씨에 다소 쌀쌀한 기온이었지만 한밤마을의 돌담길이 정겨웠다. 마을 입구의 소나무숲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근처의 제2석굴암도 다시 한 번 둘러보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불교 유적이 유난히 많은 팔공산답게 부인사 경내와 염불암 산책길에도 차분히 전해져오는 평안함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나에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구 경북 땅이었지만 이제는 소중한 산친구들이 있기에 고향처럼 포근한 곳이 된 것도 무척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