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트레킹

운길산-새재고개-갑산 (2017년 11월 4일)

빌레이 2017. 11. 5. 12:55

냉기가 감도는 이른 아침 운길산역에서 하차하여 산으로 향한다. 용문산 종주 산행을 계획하고 중앙선 전철에 몸을 실었으나 허리도 온전치 않고 몸살 기운도 느껴져서 목적지를 운길산으로 변경한다. 발길 닿는 대로 부담 없이 가을이 깊어가는 산길을 걸어보기로 마음 먹는다. 운길산역에서 산 정상까지는 산객들이 제법 많다. 따쓰한 햇빛을 받으며 산을 오르는 동안 서서히 몸이 풀리는 듯하다. 정상에서 예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찬바람이 간간히 불어대는 까닭에 갑자기 한기가 느껴지는 구간이 반복된다. 능선길과 다산길 4코스인 큰사랑산길이 교차하는 고개사거리에서 새재고개 방향으로 내려간다. 처음 걸어보는 길이다. 임도로 된 넓은 산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큰사랑산길과 천마지맥길이 교차하는 새재고개에서 갑산을 향해 오른다. 겨울이면 많이 걸었던 천마지맥길이지만 천마산부터 예봉산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나의 산행 이력에서 아직까지 공백으로 남아있다. 그 중 한 곳인 갑산을 처음으로 오르게 된 것이 기쁘다. 갑산에서 백봉산 방향으로 연결되는 천마지맥길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갑산 정상에서 도곡리 마을로 하산하는 능선길은 예상보다 멋진 산길이다. 깊어가는 가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한적하고 호젓한 오솔길이 여기에 숨어 있다. 간간히 나타나는 봉우리와 테라스에서의 조망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대충 선택했던 코스에서 뜻하지 않게 좋은 산길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이 낙엽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가운데 나의 가을은 또 깊어간다. 도곡리 마을에서 큰 도로까지 걸어 나와서 99-1번 버스를 타고 덕소역에서 하차하여 전철에 오른다.